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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상자 22개에 차가 멈춰, 中 공안 부패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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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승인 : 2024. 01. 08. 20:50

中 3명이 무려 2200여억 원이나 수뢰
국영 CCTV가 랴오닝성 공안 부패 백태 고발
전임자 수법 그대로 활용해 기업으로부터 거액 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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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의 뇌물 수수 혐의로 사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복역 중인 리원시./CCTV.
중국의 부정부패는 전 세계에서 비견될 국가가 거의 없을 만큼 유명하다. 상상을 초월하는 기가 막힌 케이스들도 많을 수밖에 없다.

국영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이 최고 사정기관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기율·감찰위)와 최근 공동 제작해 지난 6일 첫 편을 방영한 4부작 다큐멘터리 '지속적인 노력, 심도 있는 추진'을 보면 진짜 그렇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뇌물을 담은 돈상자 22개가 너무 무거웠던 탓에 자동차가 움직이지 못한 사례까지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경우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고 해야 한다.

6일 전파를 탄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리원시(李文喜), 쉐헝(薛恒), 왕다웨이(王大偉) 등 3명은 20여 년 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랴오닝(遼寧)성의 전직 공안청장으로 나란히 활약했다. 상당한 고위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만약 부패에 빠져들지 않았다면 나름 명예도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현직일 때 챙겨야 한다고 작심한 듯 긁어들인 뇌물 액수가 무려 12억 위안(元· 2208억 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 중 2002년부터 9년 동안 재직했던 리원시는 총 5억4100만 위안을 수뢰했다. 대부분이 랴오닝의 철광석 채굴 업체 소유주 류즈팅(劉志廷)으로 받은 뇌물로 불법 채광에 대한 수사 무마용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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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수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은 쉐헝./CCTV.
당연히 류는 형사 처벌을 면했다. 리원시는 당초 약속대로 곧 이 업체의 지분 30%를 받아 챙겼다. 이어 처남을 이른바 '바지 사장'으로 내세워 사실상 업체의 소유주로까지 변신했다. 그는 이외에 당시 랴오닝성 민정청장이었던 쉐헝의 부탁을 받고 공갈 혐의로 기소된 기업인 바이위천(白玉臣)의 사건을 무마해주기도 했다.

형사 처벌을 가볍게 면한 바이는 쉐에게 사례비로 즉각 수천만 위안을 건넸다. 권력과 자본 간의 공생 관계를 제대로 파악한 쉐는 곧 리의 뒤를 이어 공안청장에 올랐다. 이후 사건 무마, 기업 운영 및 하청 등에 개입하면서 총 1억3500만 위안을 가볍게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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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열릴 재판에서 중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보이는 왕다웨이./CCTV.
쉐의 후임이었던 왕다웨이의 전횡과 수뢰 수법은 전임자들보다 더욱 악랄했다. 헤이룽장(黑龍江)성 공안청 부청장을 거쳐 2013년 랴오닝성 공안청장에 오른 그는 동북 지역의 '공안 거물'로 유명했다. 역시 거물답게 9년 동안의 재직 기간 총 5억5500만 위안을 수뢰했다.

2022년 3월 낙마할 때까지 그가 받은 뇌물의 절반 가량은 랴오닝성의 알루미늄 제품 생산업체인 중왕(忠旺)그룹의 소유주 류중톈(劉忠田)에게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류는 당시 현찰을 22개 상자에 담아 왕다웨이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 상자들을 실은 왕의 미니 밴이 무게를 이기지 못해 경사진 지하 차고에서 올라갈 수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정말 기가 막힐 일이었다고 할 수 있다.

리원시와 쉐헝, 왕다웨이 등 랴오닝성의 '부패 공안' 3인방은 부패 척결을 위한 기율·감찰위의 고강도 사정에 적발되면서 2021년∼2022년 잇따라 낙마했다. 이들 중 가장 선임인 리는 지난해 1월 산둥(山東)성 중급법원에서 사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무기 징역으로 감형됐다.

또 쉐는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17년형을 선고받았다. 왕다웨이는 2022년 3월 기율·감찰위 조사를 받은 다음 지난해 10월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돼 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리에 못지 않은 중형을 선고받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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