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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이 많기보다는 꿈꾸는 미래가 많은 그런 사람들의 도시입니다."
말끔한 정장 차림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기름 냄새 짙게 밴 고기집에서 비장하게 외쳤다.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탈당과 창당을 선언하기 위해 인파 속에서 밝게 웃었다. 정계에 발을 들인지 정확히 12년 째 되는 날이다.
이 전 대표는 27일 오후 상계동의 한 갈비집에서 연 탈당 기자회견에서 지역에 대한 애정을 표시하며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1년 12월 27일 출범한 '박근혜 비대위'로 정계에 입문한 그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세 차례 고배를 마신 곳이기도 하다.
이날 이 전 대표는 "상계동에 출마하겠다는 생각을 버린 적이 없다"며 "'마포참숯갈비 선언'이라는 역사로 기록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또 "제가 제 고향 상계동을 좋아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평균적인 사람들의 삶이 녹아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라며 "꿈꾸는 미래가 많은 그런 사람들의 도시다"라며 상계동 기자회견 취지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이 가게 앞에 북적였다. 연설 내내 "이준석 파이팅" 등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한편에선 "성상납 해명하라", "이준석을 구속하라" 등 반(反)지지자들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질서 유지를 위한 경찰도 곳곳에 배치됐다.
이러한 형국 속 이 전 대표는 "신당 성공을 위해 견마지로를 다할 뿐이지 제가 개인적 욕심을 가지고 선택하진 않겠다"며 "신당 경험이 있어 중도층과 청년층을 결집하는 방법을 안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앞으로 나만의 '넥스트스텝'(NeXTSTEP)을 걷겠다"고 했다. '넥스트스텝'은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나 차렸던 회사 이름이다.
전직 당 대표의 새 출발 선언이지만 여권 반응은 시들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연합뉴스TV에 출연해 "당의 대표를 지내신 분이 탈당하게 된 상황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새로운 출발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이 전 대표님은 우리 당에서 오랫동안 당원으로 활동해오셨다"며 "그동안의 활동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뜻하는 바 이루시길 바란다"고 짧은 논평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