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 임원 자리 대폭 줄여 '인적 쇄신'...자회사 CEO 승진 관행 깬 진옥동
자회사 CEO 9명은 모두 유임시키면서 변화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택했다. 내년 위기 상황인 만큼 장수를 바꾸지 않겠다는 인사였다고 하지만, 내부에선 진 회장의 강한 리더십이 엿보였다는 후문이다. CEO들간 견제를 통해 향후 지주회장 후보군으로써 더 성과를 내보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서다. 이번에 유임된 CEO에겐 1~2년간 성과에 따라 회장이 될 수 있다는 희망고문식 인사인 셈이다.
특히 그간 자회사 CEO는 지주 임원들의 승진 통로였다. 진 회장은 지주 임원 자리를 줄이고 기존 임원 절반 이상을 교체하면서 오히려 예측가능했던 인사 관행을 깼다. 이번 쇄신 인사를 통해 신임 임원들은 물론 기존 CEO들에게 진 회장에 대한 로열티도 키울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19일 신한금융은 서울 세종대로 본사에서 자회사최고경영자추보추천위원회(자경위)와 임시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사장단 후보 9명을 모두 연임하는 인사를 실시했다.
신한금융은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위기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자회사 사장단에 대한 변화를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자경위에선 연임시 1년씩 임기를 부여하던 관례를 깨고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과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사장에게 2년의 임기를 부여했다. 단기적 성과를 추구하지 말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그룹의 자본시장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라는 설명이다.
이 외에 정운진 신한캐피탈 사장, 박우혁 제주은행장, 이희수 신한저축은행 사장, 조경선 신한DS사장, 정지호 신한펀드파트너스 사장, 김지욱 신한리츠운용 사장, 이동현 신한벤처투자 사장 등은 임기 1년을 더 연장했다.
그동안 이번 인사를 앞두고 임기 만료 예정인 CEO들을 대거 교체할것이라는 예상을 빗겨간 것이다.
자경위에서 진 회장은 "성과와 역량을 검증받은 자회사 CEO를 재신임함으로써 CEO가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중장기 관점에서 과감한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며 "위기 속에서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격언처럼 CEO 교체보다 연임 의사결정을 통해 책임경영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임된 9명의 CEO 대부분은 모두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 당시 선임된 인물이다. '새술은 새부대'에라는 말처럼 CEO를 교체할 것이란 예상을 깬 배경엔 지주 임원들에 대한 쇄신 인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진 회장은 지주 9명의 임원 중 6명을 교체했다. 지주 임원들이 그간 자회사 CEO로 이동해온 '인사 관행' 대신 현 지주 임원 중 아무도 자회사 CEO로 승진하지 못하게 된 셈이다. 또한 연임된 CEO들은 잠재적 지주 회장들이다. 진 회장은 이번 연임 인사로 각 CEO들에게 지주 회장 후보군으로 거론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줬다. 연임된 기간내 성과를 내보이라는 희망고문식 인사다.
이날 진 회장은 기존 11개 부문을 △그룹전략부문 △그룹재무부문 △그룹운영부문 △그룹소비자보호부문 4개 부문으로 통합시켰다. 부문 내에는 파트 조직을 신설해 사실상 부사장 임원 자리를 줄였다.
그룹재무부문장에는 신한금융지주 천상영 본부장, 감사파트장에는 신한은행 김지온 본부장이 신규 선임됐고, 김준환 신한은행 디지털혁신단장이 디지털파트장으로 신규 선임됐다. 이달말 임기 만료 예정이었던 이인균 그룹운영부문장, 방동권 그룹리스크관리부문장은 각각 그룹운영부문장, 리스크관리파트장으로, 박현주 그룹 소비자보호부문장도 재선임됐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자회사 경영진 인사 또한 지주회사와 방향을 같이 해 위기대응 역량 및 현장 영업력 강화, 조직·기능 효율화와 영역별 전문성 강화 관점에서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