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문 파나마 운하는 가뭄에 통행에 난관…운임 예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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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55척의 선박이 수에즈운하를 통과하지 않고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했다. 따라서 당분간 정시 운송에는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HMM 역시 지난 15일 홍해를 지날 예정이었던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HMM 더블린호'가 남아프리카 공화국 희망봉 노선으로 우회했다. HMM 더블린호는 지난달 27일 부산에서 출발해 아시아를 지나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거쳐 유럽으로 향할 예정이었다.
업계에서는 해당 사안을 두고 2021년 에버기븐호 사태를 떠올리기도 한다. 당시 대만 최대 컨테이너선사였던 에버그린 소속 에버기븐이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돼 항로를 일주일 간 모두 막은 일이 있었다. 당시 해운업계 전체적으로 선박이 모자라고 항만마다 적체가 심해 운임이 상승하던 추세였는데, 에버기븐 사태는 운임 상승에 한몫을 더했다.
당시 수에즈 운하가 막힌 이후 일부 항로에서 컨테이너 운임은 약 30% 상승하는 등 여진이 이어졌다. 단 일주일의 통행 불가에도 해운업계에 미친 여파는 어마어마했던 셈이다.
현재 문제가 된 지역은 예멘과 접한 바브엘만데브 해협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벌어진 후 이 주변에서 예멘 반군의 공격을 받은 선박은 최소 8척이다. 홍해의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수에즈 운하와 이어져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30%, 상품 무역량의 약 12%를 차지한다. 세계 최대 해운사인 스위스의 MSC도 수에즈 운하 동쪽 방향과 서쪽 방향으로 운항하지 않을 것이라고 알려졌으며, 덴마크의 머스크 역시 홍해를 통한 운항을 일시 중단한다.
이 외에도 최근에는 미국 시장의 관문인 파나마 운하가 가뭄으로 물을 끌어올릴 수 없어 선박들의 정상적인 운항이 어려운 상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달 첫 주 파나마 운하를 통과한 선박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척 줄어든 167척에 불과했다. 갑문으로 수위를 조절하는 파나마 운하는 역대급 가뭄으로 주변 호수 등에서 물을 끌어올 수 없는 상황이다. 파나마 운하는 세계 교역량의 5%를 처리한다.
해운 운임은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15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전일대비 21.4포인트 상승한 1093.52를 기록했다.
HMM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희망봉 항로를 택하고 있다"면서 "기상 등 환경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운송 기간은 약 일주일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