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아투포커스] 안갯속 HMM 매각…‘현금 빼먹기’ 논란까지

[아투포커스] 안갯속 HMM 매각…‘현금 빼먹기’ 논란까지

기사승인 2023. 12. 12. 06: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하림, 산은에 영구채 전환 유예 요청
수용시 견제 가능한 2대 주주 없어져
동원그룹 "형평성 위배"…법적 검토
전문가 "해운발전 위해 정부 나서야"
basic_2021
basic_2021
HMM 매각작업이 영구 전환사채(CB)로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유력시됐던 하림그룹 측이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1조7000억원 규모의 HMM 영구채에 대해 3년간 전환 유예를 요구하면서다.

HMM노조는 배당금을 노린 하림이 선정될 경우 대규모 단체행동을 예고하는 등 혼선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동원 측도 입찰의 공정성을 문제삼아 법적 대응을 시사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나서면서 자칫 매각 유찰 사태도 우려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당초 지난주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던 HMM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매각 과정에서 불거진 불공정 논란과 배임 우려 등을 의식해 산업은행이 아예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더 높은 매각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진 하림-JK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영구채 전환 유예를 요청하면서 공정성 논란이 거세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영구채 전환가액은 5000원이지만, HMM 주가는 1만5000원대를 유지하고 있어 산은과 해진공 입장에서는 주식 전환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영구채 전환 유예가 형평성·공정성 논란으로 번지면서 매각작업은 더 꼬이고 있다. 함께 입찰에 참여한 동원그룹은 전제조건인 영구채 전환이 없었다면 입찰 가격을 더 높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 만약 조건 수정시 법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다.

전문가들은 영구채 전환을 유예할 경우 HMM 우선협상자에 대한 견제 수단이 없어진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인수 후보들이 모두 자체 유동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HMM이 쌓아둔 잉여금을 해운·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수자금 회수를 위한 '곳간 빼먹기'용으로 유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HMM은 해운 산업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제조업 전반에 영향을 주는 기업"이라며 "적절한 수준의 견제와 감시가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예고된 '골칫덩이' 영구채…매각 안갯속
HMM의 새주인 찾기 막바지 단계에서 불거진 영구 전환사채(CB) 전환을 둘러싼 진통은 예고된 사태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견 기업이 인수자로 나선 탓이다. 현재 HMM 매각은 본입찰까지 끝난 상태로, 단순 가격으로는 하림 컨소시엄 측이 우위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그룹과의 인수 제시 금액 차이는 약 2000억원 수준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림 측 요구대로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약 1조7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전환을 3년간 유예해주면 인수자는 배당금을 더 많이 챙길 수 있다. 실제로 하림이 HMM을 인수한 뒤 57.88%에 해당하는 배당을 3년간 안정적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면 총 3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더 확보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해 추가 영구채 해결을 위한 자금 및 인수 금융 이자도 충당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영구채 전환 유예를 통한 배당 확대가 결국 '현금 빼먹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배임 논란을 불식시키고, 우선협상대상자의 '곳간 빼먹기'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영구채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입찰에 함께 참여한 동원그룹 측에서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내며 법적 조치도 불사하겠다고 밝히면서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동원그룹 측은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내년에 가지고 있는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는데, 만약 영구채 전환을 유예해준다고 하면 배당금 등을 고려해 입찰 가격을 더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논의를 하는 것은 몰라도 요구를 받아준다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법적 검토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산은과 해진공이 이번에 매각하는 지분은 총 3억9879만 주로, 현재 총 주식수의 57.88% 수준이다. 산은과 해진공은 지난 10월 19일 매각 대상이던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했다. 이에 총 주식수는 약 6억9000만주로 늘었다.

그러나 현재 산은과 해진공은 총 3억3600만주로 바꿀 수 있는 전환사채를 더 보유하고 있다. 이를 모두 주식으로 바꾸면 지분 33% 가량을 보유한 2대 주주가 되고, 지분 인수자의 지분율은 38.9%로 낮아진다.

하림 측이 요구한 대로 영구채 전환을 유예하게 되면 견제받을 2대 주주가 없고 배당금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산은 측이 매각 조건에 연 배당금 최대치를 5000억원으로 달았다는 것을 고려할 때, 최대 2900억원 가량을 배당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했을때보다는 약 1000억원 더 배당금이 늘어난다. 이렇게 자금을 확보하면 영구채를 상환해버리거나, JK파트너스가 자금을 회수할 때 유용할 수 있다. 하림 측은 JK파트너스의 주식 처분 제한 제외도 수정 조건으로 내걸었다. 결국 HMM의 자금으로 HMM을 인수하는 상황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이는 사실 매각 전 초반부터 예고됐던 진통이다. 하림과 동원 모두 자체 현금 보유량이 적었던 상황이라, 현금성 자산 보유량이 11조원에 달하는 HMM의 자금을 유용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동원은 원매자 측의 요구 조건을 모두 받아들이겠다고 밝히긴 했으나, 역시 IPO(기업공개) 등으로 자금을 수혈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구교훈 배화여대 국제무역물류학과 겸임교수는 "정부 측이 2대주주로 남게 되면 HMM이 보유한 현금을 어떻게 유용하는지, 해운물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지 감시와 견제할 수 있는 안정적 지배구조가 완성된다"며 "매각이 되지 않을 때는 영구채를 상환하는게 HMM 주가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지만, 규모가 작은 사기업이 인수 후보로 나선 만큼 우리 해운업의 경쟁력을 올리기 위해서도 적절한 견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운 운임 사이클이 하향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견딜 수 있는 다양한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축한 모기업이 버텨줘야 한다"며 "HMM이 보유한 막대한 현금은 선박 발주, 사업 다각화 등으로 활용돼야 하는데 만약 지주사 운영에 오히려 활용된다면 결국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고, 이는 조선업 불황, 수출 부진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