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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젊어진 삼성 금융, ‘50대 초반’ 짐 쌌다

[취재후일담] 젊어진 삼성 금융, ‘50대 초반’ 짐 쌌다

기사승인 2023. 12. 0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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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희
▲금융증권부 오경희
"남일 같지 않아 씁쓸하네요."

삼성 금융 계열사 한 임직원은 모시던 임원을 떠나보내며 헛헛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50대 초반에 짐을 싼 임원의 뒷모습이 마치 자신의 앞날처럼 보였기 때문이죠. 인사 시계가 빨라지면서 40대인 부서장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연말 인사에서 세대 교체를 단행한 삼성 금융의 이면입니다.

삼성 금융은 최근 임원 인사에서 '젊은 피'를 수혈했습니다. 혁신과 변화를 가속화하기 위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인사란 평가입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상무급 신규 임원 15명 모두 1970년대생으로, 젊은 리더들을 전진 배치했습니다. 삼성카드에선 상무보다 어린 부사장도 나왔습니다. 신임 삼성카드 황성원 부사장은 1971년생입니다. 앞서 생명, 화재, 증권 등 3사의 최고경영자들도 50대 대표(1964~1967년생)들로 전격 교체됐습니다.

승진 연령이 어려지다보니 임원 수명도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50세 이전에 임원을 달지 못하면 승진을 포기해야 한다는 삼성 금융의 '50세 룰'이 40대까지 내려오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번지고 있습니다. 현실화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삼성전자는 3년 연속 30대 상무와 40대 부사장을 발탁했습니다.

50세 전후에 임원을 달아도 특출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자리 보전이 쉽지 않습니다. 삼성 금융은 2021년 임원 직급을 '상무·부사장·사장' 3단계로 축소하면서 50대 임원들의 입지가 더욱더 좁아졌습니다. 특히 부사장의 연령이 낮아지면서 상무 재직기간이 단축되거나 짐을 싸는 임원의 연령 마지노선도 점차 아래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삼성 금융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인사 기조에 맞춰 금융업 특성이 고려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제기합니다.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선 혁신 못지 않게 연륜과 경험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이유에서죠.

특히 보험업은 길게는 수십 년의 긴 호흡으로 사업을 펼쳐야 해 대인 네트워크가 중요한 인지산업입니다. 물론 연공서열과 보신주의 인사는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트렌드처럼 혁신만을 내세워 전문성을 놓치는 우를 범해선 안될 일입니다. '젊어진' 삼성 금융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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