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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철 칼럼] 횡재세를 걷는다면 횡재보조금도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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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3. 12. 04.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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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철 자유와시장연구소장
'백주의 날강도(Daylight Robbery)'. 『세금의 세계사』라는 번역서의 영문 제목이다. 세금을 부과해서 걷어가는 국가를 '날강도'로 표현한 것인데, 진실 여부를 떠나 세금을 대하는 일반 국민, 특히 납세자들의 밑바닥 정서를 읽을 수 있다. 게다가 이런 표현이 드문 것도 아니다. 세금 관련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런 표현을 쓰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흥미롭게도 『세금의 세계사』라는 책의 부제는 '뺏고 싶은 자와 뺏기기 싫은 자의 잔머리 진화사'이다. 말하자면 이런 식이다. 17세기 말 돈이 필요해진 영국의 왕이 창문세(window tax)를 부과했다. 이 세금은 여러 가지 면에서 '뺏고 싶은 자'의 구미에 맞았다. 집 앞에 가서 창문의 개수만 세면 되니 징수가 편했고, 밖으로 드러나는 창문을 숨길 수도 없으니 탈세도 불가능했다. 게다가 창문이 많을수록 부자일 가능성이 높아 세금을 많이 부과할 수 있으니 공정한 세금으로도 간주되었다. 이 세금에 대해 '뺏기기 싫은 자'들은 있던 창문은 판자 등으로 틀어막고, 새로 짓는 건물에는 아예 창문을 만들지 않는 식으로 대응했다. 그런데 이 세금이 의도치 않게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전기도 없고 변변한 위생 시설도 없던 시절에 세금을 피하려고 창문을 폐쇄하여 햇볕과 신선한 공기까지 차단했으니 질병이 만연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세금은 국민의 생활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변화를 초래하며, 종종 의도치 않게 재앙을 초래하기까지 한다. 세금을 부과할 때는 두려운 마음으로 신중에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그런데 현재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횡재세 관련 논의들을 보면 두려워하는 마음, 또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은 모두 저버린 듯하다. '공정한 경제' '고통 분담' 등의 명분을 내세우지만, 다른 것도 아닌 세금을 명분만 갖고 밀어붙이기에는, 앞서 보듯이, 사안이 엄중하다. 그래서인지 횡재세 도입을 주장하는 측에서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도입의 정당화를 꾀하고 있는데, 이것들 또한 상당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중요한 몇 가지만 살펴보자.
가장 먼저, 횡재세를 도입하자는 주장을 하게 되는 최초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발상 단계부터가 문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횡재세 관련 발언을 하면서 "우리는 함께 모여 사는 세상의 한 구성원이기 때문에, 누군가 이익을 부당하게 많이 보면 누군가는 손해를 보는 그런 관계에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은 시장과 거래는 근본적으로 서로가 이익을 보는(win-win) 포지티브섬(positive-sum)의 세상이지, 누군가 이익을 보면 누군가는 손해를 보는(win-lose) 제로섬(zero-sum) 또는 네거티브섬(negative-sum)의 세상이 아니다. 시장과 거래에서 누군가 이익을 보면 누군가 손해를 본다는 생각은 시장 적대적이거나 시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전형적인 잘못된 생각이다.

'초과이윤'을 회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그렇다. 기본적으로 이윤이란 소비자의 욕구를 잘 충족시켜 준 기업에게 소비자들이 주는 프리미엄이자 일종의 훈장이다. 예상 외의 초과이윤을 획득했다는 것은 소비자의 욕구를 그만큼 잘 충족시켜 주었다는 성공의 표식이다. 그런데 그 이윤에 횡재세를 부과해 회수해 버리자는 것은 바로 소비자의 욕구를 잘 충족시킨 성공한 기업에 벌칙을 내리자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런 식의 징벌은 당장의 부작용은 물론이고 앞으로 혁신 등을 통해 '초과이윤'을 획득하고자 하는 기업의 인센티브를 억눌러 중장기적으로도 경제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인허가 규제에 의해 국가가 만들어 준 독과점 구조, 즉 특혜를 받아서 얻은 초과이윤이기에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나오는 것은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그동안 정치권과 정부에서는 은행의 인허가 규제가 '금융시장과 국민 경제생활의 안정을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런 명분은 어디 팽개치고 인허가 규제는 특혜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라고 정치권 스스로가 언급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 주장대로 독과점이라는 특혜 구조하에서 만들어진 초과이윤이라면, 이 초과이윤을 횡재세로 환수해야 한다고 할 것이 아니라, 특혜인 독과점 구조를 깨고 경쟁 체제로 전환시키는 것이 올바른 해법이 될 것이다. 경쟁 체제 도입이라는 이 방식은 과거 윤석열 대통령도 언급한 바 있는 해법으로, 이것이 시장경제 원칙에 따른 올바른 해법이다.

운이 좋아서 벌었으니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시장경제에서 성공과 실패는 대부분 본인의 능력과 노력 등 칭찬받을 만한 요인들에 의해 결정되지만, 우연과 운도 성공과 실패의 한 요인이 되는 것은 드물지 않게 목격할 수 있는 현상이다. 횡재세는 운에 따른 이익을 환수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익의 어디까지가 실력에 의한 것이고, 어디가 운에 따른 것인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행운에 의한 이윤을 환수하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자의적인 판단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우리 모두 알고 있듯이, 기회도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상태에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는 법이다. 은행이 고금리의 혜택이라는 행운을 잡을 때까지 비용을 지출하면서 생존하고, 투자하고 있었어야만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아무런 노력도 없이 잡히는 행운은 없다.

마지막으로, 운이 좋아 횡재(橫財)했으니 '횡재(橫財)세'를 거두는 것이 맞다는 주장도 있는데, 그것이 맞다면 운이 나빠 횡재(橫災)한 경우에는 '횡재(橫災)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도 함께 주장해야 형평에 맞다. 본인의 능력과 노력도 없이 뜻밖에 얻은 이익에 과세하는 것이 정당하다면, 본인의 능력과 노력에 관계없이 뜻밖에 입은 손해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도 정당할 것이다. 역으로, 이 '횡재(橫災) 보조금'이 어불성설이고 도입할 수 없는 것이라면, '횡재(橫財)세' 역시 어불성설이고 도입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권혁철 (자유와시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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