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한투증, 운용 규모 20조 넘어
업계 "안정적 운용으로 손실 최소화"
대형증권사들은 작년 경험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운용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지만, 고금리 기조가 길어질 경우 장기적으로 채권평가손실이 잠정적인 수익성 우려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빅5(자기자본 규모 순) 증권사의 올해 6월말 운용채권 규모 합은 106조6824억원을 기록했다.
개별로 보면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운용채권 규모가 20조원을 넘어섰다. 미래에셋증권은 28조4635억원, 한국투자증권 25조2372억원이었다. KB증권(17조9413억원)과 NH투자증권(17조7161억원), 삼성증권(17조3242억원)은 17조원대를 나타냈다.
채권금리가 오르면서 이들 증권사의 운용수익에 빨간불이 켜졌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높아지면 채권 가격은 반대로 내려간다. 즉 고금리가 지속되면 투자한 채권에 대한 시세차익은커녕, 손실을 보게 된다.
증권사들은 채권운용 규모가 커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지난해 미국의 긴축정책이 본격화되면서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됐을 당시 시장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증권사의 채권평가손실은 9000억원에 달한다는 한국신용평가의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대형증권사들은 지난해 3분기 이후 채권 운용규모를 줄여왔다. 기준금리 상승과 작년 9월 발생한 강원도의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미상환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10월 국고채(3년물) 금리는 4.235%를 기록하게 되는 등 혼란했기 때문이다.
빅5의 분기별 운용채권 규모를 살펴보면 작년 9월말 108조5099억원에서 12월말 101조1791억원으로 6.8% 줄어들었다.
다만 올해 들어 기준금리 최고점 전망 우세에 따른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채권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대형사들의 운용채권 규모가 증가세를 보였다는 점은 평가손실 확대 우려를 키운다. 실제 운용채권 규모는 올해 3월말 102조9512억원, 6월말 106조6824억원으로 늘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9월 기준금리를 동결했음에도 연내 추가 금리 상승과 긴축정책 유지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고, 미국 국채가 급등하면서 국내 채권을 비롯한 시장금리도 오르기 시작했다. 이달 3년물 국고채 금리는 4.006%으로 작년 10월 이후 다시 4%를 넘어섰다.
이와 관련 대형사들은 손실 규모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위험 최소화 등을 충분히 고려해 채권을 운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채권평가손실로 인한 전체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대형사 대부분 올해 안정적인 (채권)운용을 하고 있는 만큼, 큰 타격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채권평가손실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기대감이 지연되고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부담이 확대되면서 높은 수준의 금리가 당초 예상보다 오래 유지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특히 증권사가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채권(여신전문채권 등) 금리 상승세가 높다는 점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는다.
현대차증권은 미래에셋증권과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4개사(비상장사 KB증권 제외)의 3분기 당기순이익 합산 추정치를 2711억원으로 제시했는데, 이는 컨센서스보다 4.3% 줄어든 수치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은행들의 선제적 자금 조달 수요와 부동산PF 우려가 사라지지 않아, 금융채 금리는 상승하고 있다"며 "매년 4분기 여신전문채권 금리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4분기에도 채권평가손익 관련 변동성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