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민생 논의하자는 데 모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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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대통령님께 민생 영수회담을 제안드린다"며 "대통령님의 전향적인 결단을 기대한다"고 남겼다. 지난 8월 당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영수회담을 애걸하는 것도 아니고, 다시는 요청하지 않을 생각이다"라고 말한 지 두 달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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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모아타운 추진위원회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 운영과 관련해 여야 대표가 만나 대화하자고 그간 여러 차례 제안했지만, 묵묵부답이던 사람이 엉뚱한 데 가서 엉뚱한 말을 할 게 아니라, 번지수를 제대로 찾아 여야 대표 회담으로 빨리 복귀하는 게 정상적인 수순이고 정치의 원리"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민주당 스스로 예전에 영수회담이라는 건 없다고 해놓고 갑자기 왜 구시대의 유물을 들고나왔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실제로 김 대표는 지난 3월 이후 이 대표에게 5차례 가까이 단 둘이 만나자고 제안했다. 그 장소와 방법도 방송 토론, 국회 로텐더홀 미팅, 식사, 저녁 때 술잔을 기울이는 자리까지 다양하다. 과거 '정치 선배들'이 낮엔 국회에서 치열하게 싸우더라도 밤엔 회포를 풀고 속내를 털어놨던 것을 기억하는 김 대표가 먼저 만남을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양당은 만남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협의를 진행하다 중단하기를 반복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뜬금포' 영수회담 제안은 이 대표 범죄 혐의에 집중된 국민의 눈을 흐리고 여론을 희석시켜 보려는 얄팍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비록 중대한 권력형 부정부패로 수사·재판을 받는 범죄 혐의자지만, 제1야당 대표 지위에 있으므로 국회의 정상화를 위해 (김 대표가) 여당 대표로서 대표 회담을 제안하는 것"이라며 수용을 촉구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도 "이 대표 사법 리스크는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라며 "지금은 뜬금없는 영수회담을 제안할 시간이 아니라 재판 당사자로서 재판에 충실히 임할 시간"이라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이런저런 꼼수로 재판을 요리조리 피할 궁리만 하지 말고 당당히, 그리고 성실히 재판에 임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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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대통령실의 무반응, 국민의힘의 비판이 이어지자 "민생을 지키자는 제1야당 대표의 제안을 이렇게 비난해도 되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내고 "야당 대표가 영수회담을 제안한 게 이렇게 모욕받을 일인가"라며 "정부·여당의 머릿속에는 오직 정쟁과 야당 탄압밖에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가가 치솟고 세수는 사상 최대로 펑크가 나는 등 국민이 민생고로 고통받는데 정쟁을 계속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경제가 망하든, 국민이 고통받든, 경쟁자만 제거하면 권력 유지의 길이 열릴 것이라 착각하나"라고 반문했다.
박 대변인은 "5년 내내 야당 탄압만 하고 허송세월할 생각이라면 정신 차리라"며 "이는 실패한 정권이 되려고 몸부림치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변인은 또 "야당 대표가 민생을 위한 진심 어린 제안을 했으면 최소한의 품격과 예의는 지켜가면서 진지하게 답하라"며 "야당을 헐뜯고, 비난하고, 막말만 던지는 게 정부·여당의 정치일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다만 야권에서도 영수회담을 요청할 시점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재성 전 대통령 정무수석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지금 제가 보기에는 영수회담 요청하고 이럴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지금 간보고 이럴 때가 아니다"라고 쓴소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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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는 홍익표 원내대표가 지난 2019년 대변인 시절 '영수회담은 권위주의 정권 시절 제왕적 총재나 하던 것'이라고 발언한 점도 재조명되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2019년 문재인 정부 당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하자 "영수회담 하자는 건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특히 제왕적 총재가 있을 때 했던 방안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그런 방식은 아니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한편 대통령실은 영수회담 제안에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추석 연휴 기간 최전방 국군장병들과 만남, 을지지구대 경찰관 간담회, 중부소방서 방문 등 민생 일정을 소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