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건보공단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지난 6월 26~27일 열린 심평원 제 6차 이사회에 공단측 이사 1명이 참여해 심평원이 강원도 평창에 짓고 있는 교육연수원 건립예산 변경안에 반대했다.
연수원은 건립은 올해 심평원의 핵심사업이다. 심평원은 당초 877억5200만원을 건축비 예산으로 정했으나 이번 이사회를 통해 1360억5200만원으로 건축비를 483억원(약 55%) 증액키로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물가급등, 강화된 정부기준 등이 적용된 중간설계 내역에 대한 조달청의 공사비 검토 의견에 따라 건립예산을 추가 확보하겠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이사회에 참여한 공단 측 이사는 "그동안 자재값 등이 많이 오른 것은 인정하지만 인상 폭이 너무 커, 최대한 긴축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라는 취지였다"며 "서면, 비대면 이사회로 할 문제가 아니다는 뜻에서 반대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심평원 측은 참여 이사들의 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서면 개최를 결정했다고 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이사 15인의 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서면 개최를 결정했다. 자료를 제공하고 의견수렴을 했다"며 "안건은 정관 제28조 재적이사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 후 복지부장관 승인을 받아 확정되는 절차를 준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건보공단 역시 지사 건물 신축 공사에 원자재비 급등을 이유로 예산을 증액한 바 있어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 3월 29~31일 서면결의된 건보공단의 2023년 제3차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당시 이사회는 애초 창원진해지사 신축 공사에 건축비 51억2600만원을 투입키로 했지만 18억8500만원이 오른 70억1100만원으로 증액 의결했다. 증액 사유는 창원진해지사 신축 설계 중 원자재비 급등과 지반조사 결과(연약지반) 안전을 고려한 공법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심평원 연수원은)큰 비용이 추가되는 만큼 서면으로 논의할 건이 아니고, 대면으로 논의해야 했을 문제였기 때문에 반대했던 것"이라며 "혹여나 양 기관 간 갈등으로 비춰지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건보공단이 심평원 핵심사업인 연수원 건립에 반대한 이유로 심평원이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의 건보공단 참여를 반대하는 등 양측 간 벌어진 신경전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공교롭게도 건보공단은 최근 심평원이 새로 구성하는 9기 약평위 참여를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건보공단은 중증·희귀질환의 신속등재 등 급여 적정성 평가 과정에서부터 공단이 참여하게 되면 보다 효율적인 신약 급여 등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그러나 심평원은 협상당사자인 건보공단의 참여는 결정 내용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