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장의 임명은 ‘K-아트’의 위상을 제고할 적임자가 뽑히면 좋겠다. 지금까지 미술을 모르는 경영인을 뽑는다든지, 한국미술계를 전혀 모르는 외국 관장을 뽑는다든지 또는 미술관 운영 경험이 없는 대학 교수들을 뽑는다든지 하여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은 바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해당 업계의 인식이나 상식과는 다른 정치적 맥락의 외부적 입김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전 관장의 경우도 정치적 이유로 조기퇴진 하였다.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어떤 자격을 가진 사람이어야 하는가의 문제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위상이 무엇인가에서부터 시작되며, 더 근본적으로는 미술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로부터 출발한다. 미술관은 미래의 문화유산을 수집, 보존, 연구, 전시하며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관객이나 사회와 소통하는 비영리적이며 항구적인 기관으로 전문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는 중요기관이다.
50여 년의 역사를 가진 국립현대미술관은 여전히 제대로 된 시스템의 구축이 미흡한 실정으로 뮤지올로지를 기초로 하는 전문가에 의해 운영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전문성이란 미술을 전공한 사람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미술관 큐레이터로서의 소중한 경험과 미술관의 관장으로서의 풍부한 경험을 가지는 것은 물론, 뚜렷한 경영철학을 가진 인사가 그 직책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에 더해 국제박물관협회(ICOM)가 정한 윤리강령에 따라 미술관 운영 시 요구되는 윤리적(ethic) 품행을 겸비하고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인사여야 한다. 이 윤리는 미술관의 소장품 구매나 초대작가 선정과 같은 중요한 일에 사적인 이익 추구를 철저히 배제하는 것 등을 말한다.
미술관 운영 경험이 없으면, 학예와 행정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독특한 조직관리가 불가능하다. 특히나 국립현대미술관과 같은 4관 체계의 공룡과 같은 거대 조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것은 어렵지 않겠는가?. 그 동안 미술 분야의 전문 인사라 하더라도 행정 경험이 부족하여 실패했던 사례들은 너무도 많다. 게다가 최근 미술관 내의 심한 불협화음을 일으킨 조직문화를 협업과 소통의 문화로 바꾸며, 관료화된 조직을 좀 더 유연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
외부적으로는 국가 경제 수준에 부합되는 글로벌 수준의 미술관으로 거듭나도록 위상을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과제도 중요하다. 작년 미술관이 설정한 ‘K-아트 원년’의 기치를 살려 한국미술의 정체성과 매력을 국제무대에 펼쳐낼 수 있는 네트워크와 경험이 많아 글자 그대로 이를 ‘디렉팅’할 줄 아는 경험을 가진 인사여야 한다. 복잡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지만 기본적인 관장의 자격요건을 예거하였다.
인사가 만사란 말이 있다. 미술생태계를 잘 모르거나 미술관 운영 경험이 없어 실패했던 전례를 피하며, 무엇보다 정치적 입김이 배제된 채 미술관 업계의 자체적 평가나 기준에 의해 역량을 갖춘 인사가 공정하게 선발되기를 바란다. 정말 이번엔 새 정부의 국정철학에 따라 공정과 상식으로 관장이 선발되어 K-아트의 역동적 허브로서의 국립현대미술관이 거듭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