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의대는 박유량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교수와 최보규 강사, 김경민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연구팀이 뇌수막염과 뇌염 환자들의 초기 데이터를 활용해 원인 진단 정확도 93% 이상을 자랑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이클리니컬메디신(eClinicalMedicine, IF 17.033)' 최신호에 게재됐다.
뇌수막염과 뇌염은 중추 신경계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발생 원인이 매우 다양하고 원인에 따라 증상과 예후도 다양하다. 세균성이나 결핵성 원인에 따른 뇌수막염이나 뇌염의 경우 사망률도 높고 치료 후에도 인지기능 장애, 뇌혈관 장애, 경련 발작 반복 등 후유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원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뇌수막염과 뇌염은 배양 검사, 항체 검사 등을 이용해 원인을 알 수 있지만 특정 검사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수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실제 임상에서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증상에 기반한 경험적 치료를 수행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합병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연구팀은 2006~2021년까지 세브란스병원에 내원한 뇌수막염과 뇌염 환자 283명의 입원 후 24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가면역성, 세균성, 결핵성, 바이러스성 등 4가지 원인을 진단하는 AI 분류 모델을 개발했다. AI 분류 모델의 진단 인자로 혈압, 심박수 등 활력 징후에 관한 데이터와 뇌 CT, 흉부 X선, 혈액 및 뇌척수액 검사 등 77개의 데이터가 사용됐다.
구축한 모델의 효과를 세브란스병원의 283명 환자와 지난 2008~2022년까지 강남세브란스병원에 내원한 뇌수막염, 뇌염 환자 220명을 대상으로 검증했다. 그 결과 AI 모델의 예측 정확도(AUROC)는 세브란스병원 환자에선 0.94(94%), 강남세브란스병원은 0.92(92%)나 됐다.
예측 모델의 임상 적용 가능성 확인을 위해 원인 불명의 뇌수막염과 뇌염 환자 1197명을 대상으로도 정확도를 검증한 결과, 실제 임상에서의 예측과 진단이 93% 이상 일치했다. 이와 함께 100명의 환자를 별도로 선별해 AI 모델과 타과 전문의·신경과 전문의의 원인 진단 결과를 비교한 결과에서도 AI 원인 분류 모델의 예측 정확도는 93%로 타과 전문의 예측 정확도 34%, 신경과 전문의 75%를 압도했다.
박유랑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뇌염과 뇌수막염의 다양한 원인을 성공적으로 분석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구축했다"면서 "향후 AI 진단 모델을 이용해 환자의 뇌염 및 뇌수막염의 발생 원인을 예측함으로써 적절한 치료 방향을 신속히 결정하는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