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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성과주의가 부른 증권사 부실···근속 짧은데 연봉은 2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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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기자

승인 : 2023. 07. 2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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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감독원의 조사 등으로 드러난 증권사의 부실이 '단기 성과주의'의 폐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짧은 기간에 큰 수익을 내기 위해 위험이 큰 부동산PF에 몰리고, 성과급을 위해 무리하게 일을 진행한 것이 부실로 번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하이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중소형사의 경우 평균 연봉은 물론 부동산PF 담당 임원의 연봉이 특히 많았고, 부실자산 비율도 높았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부실을 키우는 증권사의 성과급체계를 손볼 방침이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하이투자증권의 고정이하자산비율은 증권사 중 가장 높은 7%에 달했다. '고정이하자산'이란 이익이 나지 않는 자산 '고정자산'과 손실 가능성이 큰 자산의 규모를 나타내는 지표로, 증권사의 자산건정성을 판단하는 척도 중 하나다. 하이투자증권에서 부동산PF를 담당한 임원의 연봉도 34억6200만원으로, 증권사 임원 연봉 순위 10위 안에 들었다. 하이투자증권은 평균 연봉도 1억2990만원 수준으로 증권사 평균보다 높다.

부동산PF 담당 임원의 연봉이 36억7700만원, 평균 연봉이 1억2000만원이 넘는 유진투자증권도 고정이하자산비율이 6% 수준이었다. 고정이하자산비율이 4%인 다올투자증권의 부동산PF 부문 임원 연봉 역시 27억7300만원, 평균 연봉은 1억6264억원으로 높았다.

BNK투자증권의 경우 평균 연봉이 2억1668만원에 달했고, 부동산PF 담당 임원의 연봉도 32억5000만원이 넘었다. 고정이하자산비율은 3%인데, 29개 증권사 중 3% 이상인 곳이 9곳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낮지 않은 수치다.

반면 이처럼 높은 연봉에 비해 중소형 증권사의 근속연수는 평균 5년 정도였다. 성과급에 따라 움직이는 증권업계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이윤수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은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을 맡고 있던 지난달 8일 "부동산 PF 문제는 증권사들이 단기적 수익, 성과급을 좇다 시스템 리스크로 번진 측면이 있다"며 "단기 성과주의가 금융회사에 리스크를 주고 시스템 리스크로 가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국내 29개 증권사의 평균 연봉은 1억2527만원으로, 대기업 평균 연봉인 9590만원보다도 30.62% 이상 높았다. 증권업계가 타 업계보다 상대적으로 성과주의 문화가 강한 덕분이다.

항상 실적 압박을 받는 증권사들은 단기 수익이 큰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뛰어들고, 증권사에서 일을 잘한다고 평가 받는 이른바 '선수'들도 부동산 PF분야에서 회사를 옮기며 연봉을 올리기 떄문에 무리하게 일을 벌이다 사고가 난다는 것이 이 원장의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소형사에서 특히 성과급과 부실의 관계가 커지는 것에 대해 "중소형사의 경우 규모가 크지 않아 수익원이 한정적이다보니 고수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며 "따라서 많은 성과급을 주고서라도 '선수'를 고용해 회사의 실적을 키우려다보니 성과급과 부실자산의 상관관계가 깊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증권사의 성과보수체계가 장기적인 성과와 연동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투자협회 등과 협력해 성과보수와 관련한 올바른 시장관행이 확립되도록 지도·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지난 5일 증권사 27곳의 CEO를 모은 자리에서 "잘못된 관행을 유발하는 부적절한 성과급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며 "'자본시장에서의 자금중개 및 공급'이라는 증권사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이 지적한 부적절한 성과급 체계란 '성과보수의 높은 현금 지급 비율', '이연지급 규정 위반' 등이다.

금감원 조사결과 많은 증권사가 성과보수 전액을 현금으로만 지급하고 있었는데, 금액 기준으로는 성과급 전체의 79.7%에 달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식 등이 아닌 현금으로 성과급을 지급할 경우 피고용자 입장에서는 단기 성과로 현금을 버는 것에 집중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상당수의 증권사는 이연지급 기간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연지급이란 부동산PF 등에서의 성과에 대한 보수를 사업별 위험 등에 따라 3년 이상으로 나눠서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해당 사업을 진행하던 중에 손실 등이 발생할 경우 그만큼 성과급을 줄이기 위한 제도다.

이동규 금융투자검사국 상시감시팀장은 "일부 증권사는 지금은 사라진 협회 권고에 따라 1억원 미만의 성과급은 이연지급 없이 즉시 지급하는 관행을 이어오고 있었다"며 "이는 단기 성과주의를 부추기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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