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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버텨야죠”…폭염·폭우 속 비닐하우스 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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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기자 | 김채연 기자

승인 : 2023. 07. 10. 17:25

무더위 속 창문 하나 없는 비닐하우스 내부
전깃줄·콘센트 빗물 노출…화재 위험 심각
'빈곤·주거 불안·고독' 삼중고 지원 필요
과천 비닐하우스촌
비닐하우스 478세대가 모여있는 경기도 과천시 과천동 꿀벌마을 일대. /사진=김채연 기자
"너무 덥고 폭우도 걱정입니다. 죽고 싶은 심정이지만 어떻게든 억지로 버티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10일 오전 9시 41분께 경기도 과천시 과천동 경마공원대로 꿀벌마을. 비닐하우스 478세대·779명이 사는 이곳에서 아들과 함께 사는 노분난씨(86)를 만났다. 비닐하우스에 천막을 겹겹이 두르고 내부에 가벽을 설치한 노씨의 집은 6㎡(2평) 남짓한 크기였다.

창문이 없어 통풍이 전혀 되지 않는 비닐하우스 내부는 쾌쾌한 냄새와 습기가 가득했다. 노씨는 펄펄 끓는 무더위 속에서 과천시가 제공한 선풍기에 의지하며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노씨는 1994년 사업에 실패한 뒤 꿀벌마을 인근 상하벌마을에서 비닐하우스 생활을 시작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노씨는 월 57만원의 정부 지원금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이마저도 비닐하우스 주인에게 월세값 20만원을 지불하고 나면 수중에는 37만원 밖에 남지 않는다.
현행법상 비주택가구에 월세를 지원하는 제도가 없어 노씨의 거주비 부담은 상당하다.

비닐하우스 내부
비닐하우스 입구로 들어서자 전깃줄이 마구잡이로 엉켜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김형준 기자
비닐하우스를 자세히 들여다 보자 안전 문제가 심각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빗물이 쉽게 스며들 수 있는 입구 쪽을 비롯해 비닐하우스 내부 곳곳에 전깃줄과 콘센트가 버젓이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5년 전까지 상하벌마을 비닐하우스에서 지내던 노씨는 화재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고 이곳에 정착했지만 여전히 화재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노씨는 장마철 폭우 피해에 대한 걱정과 막막함을 드러냈다. 노씨는 "지난해 폭우로 물이 차올라 비닐하우스 입구를 돌맹이로 막았지만 역부족이었다"며 "올해는 또 어떻게 버텨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비닐하우스 내부
10일 기자가 방문한 비닐하우스의 내부. /사진=김채연 기자
이처럼 매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는 노씨지만 그에겐 희망의 불씨가 남아있었다. 과천시의 노력 끝에 노씨가 비닐하우스 생활에서 벗어나 내년 1월 임대주택에 입주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휴대전화는 물론이고 아무런 정보도 없던 노씨를 위해 과천시가 그의 임대주택 지원 자격 해당 여부 등을 확인해 적극 지원에 나선 결과다. 과천시 관계자는 "매주 1~2회씩 현장을 방문해 노씨를 비롯한 어르신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기초생활수급비 및 생필품과 비닐하우스 수리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씨의 상황과 반대로 다른 비닐하우스 거주민들의 경우 풍족하지 못한 환경 속에서 육체적·정신적·금전적 고통을 겪고 있어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상은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비닐하우스촌 거주자들은 빈곤·주거 불안·고독 등 여러 사회적 위험들이 중복된 상태"라며 "(해결을 위해) 공공·민간 임대 주택을 늘리는 수밖에 없으며, 만약 민간 임대라면 전세보증금이나 월세 바우처 같은 지원이 반드시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준 기자
김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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