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기상청에 따르면 장마철이 시작된 지난달 하순 강수량은 178.2㎜로, 1위인 2011년 265.5㎜와 1985년 179.3㎜의 뒤를 이었다. 6월 한달동안 전국 강수량은 208.9㎜로 평년의 101.6~174.0㎜보다 많았다.
이와 함께 소나기와 호우 발생 시 대기 불안정으로 인해 천둥과 번개가 친 날, 즉 뇌전일수는 3.5일로 평년(1.9일)에 비해서는 물론 역대 가장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기상청은 "6월 24일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하면서 중국 남부지방에 위치하던 정체전선이 점차 북상했고, 25~30일 6일간 정체전선 및 정체전선상에서 발달한 저기압에 의해 많은 비가 내렸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많은 비가 내린 뒤에도 예년과 달리 기온은 내려가기는 커녕 오히려 올라가는 양상이 반복됐다. 보통 비가 한 번 오고 나면 더위가 잠시동안 한풀 꺾이지만, 올해는 높은 습도까지 동반한 폭염이 곧바로 뒤를 이어 사람들의 체감온도를 끌어올렸다.
일례로 지난달 29~30일 이틀동안 모두 64.4㎜의 비가 내린 서울은 날이 개기 시작한 30일 오후 29.1도를 거쳐 7월 1일 32.9도까지 기온이 치솟았다. 또 경기 연천군 중면은 지난 4일 낮 30.8도, 5일 오후 29.2도를 차례로 기록하는 와중에도 한밤중 집중된 폭우로 4~5일 경기북동내륙에서 가장 많은 비(122.5㎜)가 쏟아진 지역이 됐다.
무더위가 많은 비를 바짝 뒤쫓는 올 여름 장마 초반의 특징은 정체전선에 동반한 저기압의 움직임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과거에는 정체전선이 한반도를 오르내리며 긴 시간동안 비를 뿌린 반면, 이번에는 정체전선이 편서풍을 타고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사이 저기압이 짧은 시간동안 폭우를 내리게 했다는 것이다.
기상청 우진규 대변인은 "이같은 양상을 두고 엘니뇨(적도 부근의 수온이 올라가는 현상)의 영향 때문이란 일부의 보도가 있었는데,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면서 "태평양 서쪽 중심이 평년보다 높은 해수면 온도를 보이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엘 니뇨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 상하이 부근에서 남해안으로 이동하는 정체전선과 정체전상에서 발달한 저기압 영향으로 7일 새벽부터 8일 밤까지 장맛비가 남부지방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30~60㎜ 올 것으로 관측됐다. 지역에 따라 강하고 많은 비가 최대 150㎜ 이상 내릴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후인 9~11일에는 대기 불안정에 의해 소나기가 내리는 날이 많겠고, 평년보다 기온이 높고 습해 폭염과 열대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6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이미 많은 비가 내려 지반이 약화돤 상태"라며 "산사태와 축대 붕괴 및 토사유출, 저수지 붕괴, 계곡이나 하천의 갑작스러운 물 불어남. 하천 범람 등 강하고 많은 비로 인한 피해에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