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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중국 반도체산업과 기술유출

[칼럼] 중국 반도체산업과 기술유출

기사승인 2023. 07. 07.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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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최근 중국에 의해 우리나라 반도체 제조 기술이 유출됐거나 그 시도가 미수에 그쳤다는 언론 기사가 자주 눈에 띄고 있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고 기업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도체 제조 기술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정당하지 않은 방법이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중국이 이렇게 하면서까지 반도체산업 육성에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반도체가 중국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2001년 WTO에 가입한 중국은 산업구조에 커다란 변화가 발생했다. 저렴한 인건비와 거대한 시장이라는 매력 때문에 글로벌 다국적 기업이 앞다퉈 중국에 공장을 건설하면서 세계의 공장이 됐고 농업 중심 경제에서 공업 중심 경제로 변화하게 된 것이다. 공장 가동과 화학제품 생산을 위해 원유 수입량이 꾸준히 늘어나 2010년 전후 중국의 최대 수입품목은 원유였다. 그런데 2013년부터 반도체 수입액이 원유를 넘어서게 됐지만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제로에 가까웠다. 따라서 중국의 수익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반도체를 직접 생산할 필요성이 매우 커지게 됐다. 중국 정부는 201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수립했고 2018년에는 시진핑 주석이 직접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였다.

하지만 반도체 종주국인 미국이 중국이 반도체 제조 기술을 확보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았다. 반도체는 대표적인 장비산업이다. 따라서 중국이 첨단 제조 장비를 확보하면 반도체 제조 기술도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다. 유사한 디스플레이 산업을 보면 초기에 중국은 후발 주자로 기술 수준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으나 지금은 세계 제일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제조 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제한하면서 중국의 반도체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 측은 기술 확보를 위해 기존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인수하려고 했으나 이 또한 미국의 견제로 인해 대부분 무산됐다. 궁지에 몰린 중국 기업은 한국과 대만의 중고 장비라도 도입하여 반도체를 생산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최신 첨단 장비를 수입할 수 없으니 직접 생산을 시도하고 있으며, 반도체 관련 전문 인력을 통해 제조 기술을 확보하려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중반부터 반도체산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서 다른 반도체 선진국에 비해 후발주자에 속한다. 1983년 삼성전자의 64Kb D램 생산을 시작으로 메모리반도체를 집중적으로 육성했고 지금은 메모리반도체 세계 최강의 국가로 위상을 떨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는 일반적으로 설계에서부터 제조까지 모든 공정을 한 기업에서 일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 입장에서는 우리의 경험과 기술이 매우 탐이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반도체는 당분간 전기 전자제품의 주요 부품으로 사용될 것이므로 중국은 미국의 강력한 견제에도 불구하고 절대 반도체 제조 기술 확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중국에 의한 우리의 반도체 제조 기술유출 문제는 더욱 더 심각해 질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대만은 이러한 사태에 대응해서 국가 핵심 기술이나 영업 비밀을 훔쳐 중국이나 다른 외국 적대세력에 넘기는 사람에게는 최대 12년형이 가능하도록 스파이 법을 강화했다.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대부분 범죄 예방에는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것이다. 대만과 같이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인지, 아니면 우리는 어떻게 기술 유출을 막을 것인지 현명한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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