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회 개최, 처분 감경·경제적 지원 제공
"사회적약자에 대한 지자체 노력 선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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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독거노인이 서울 강동구의 한 노상에서 7만원 상당의 블라우스를 훔친 뒤 죄책감이 들어 변상하기 위해 다시 찾아갔다. 해당 가게 사장에게 죄송하다며 옷 가격의 10배인 70만원에 합의했지만, 이미 경찰에 도난 신고가 접수돼 형사입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생계형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경찰은 사안이 중대하지 않은 범죄에 대해 법적 처벌이 아닌 경미범죄심사위원회를 열어 제2의 장발장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일 아시아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 '경미범죄심사위원회' 심의 대상자는 지난해에만 9207명으로 집계됐다. 2020년 6217명, 2021년 7726명에 이어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경미범죄심사위를 통해 처벌을 면제받은 이들도 △2020년 6062명 △2021년 7498명 △2022년 8930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경미범죄심사위는 경미한 형사 사건이나 생계형 범죄자를 대상으로 범행 동기와 연령, 피해 정도, 피해자의 처벌 의사 등을 종합해 감경 여부를 심사하는 제도다. 매월 1회 열리며, 경찰서장과 변호사, 지자체 관계자 등이 심사에 참여한다. 이렇게 심의를 거친 사건은 즉결심판 및 훈방 조치 등으로 감경한다. 대상자가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인 경우 처분 감경과 함께 경제적 지원도 제공한다.
해마다 경미범죄심사위 대상자가 늘어나는 건 코로나19 이후 지속된 경기 침체 여파로 생계형 범죄가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범죄 상습성 등을 고려해 일반 범죄와 생계형 범죄를 구분하고, 생계형 범죄자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사회로의 복귀를 도와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절도 등의 범죄는 처벌해야 마땅하지만, 정말 생계가 어렵다면 경미범죄심사위를 통해 이들을 구제할 필요가 있다"라며 "다만 경찰이 아닌 지자체에서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해 지원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