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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김추자와 방탄소년단

[데스크칼럼] 김추자와 방탄소년단

기사승인 2023. 06. 1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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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문화부장
언젠가 찾은 주점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거긴 '오빠는 풍각쟁이' 같은 오래된 노래가 흘러나오는 곳이었다. 구석 테이블의 무리 가운데 한 중년이 술이 조금 오른 발음으로 "김~치전, 김치~저~언"을 외쳤다. 주인은 멀리서 알았다는 듯이 "네네"했다. 주문이 밀린 탓에 음식이 늦었다. "김~치저~언" "네 곧 나갑니다." 예닐곱 걸음의 거리를 두고 서너 차례 짧은 대화가 이어진 후 김치전이 테이블에 놓였다. 그런데 이를 말없이 들여다보던 중년이 갑자기 "에이"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당황한 주인에게 일행 중 한 명이 설명했다. "김치전이 아니라 김추자 노래 틀어달라는 거였는데. 가수 김추자요, 김추자!" 주인이 한 두발짝만 더 가까이 테이블로 다가갔으면 어땠을까.

그룹 방탄소년단(BTS) 데뷔 10주년을 맞아 서울이 오랜만에 들썩였다. 이를 기념하는 '2023 BTS 페스타' 메인 행사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 열렸다. 한낮 기온이 30도를 육박한 이날 약 40만 명이 몰렸다. 이 가운데 약 12만명은 외국인이었단다. 진, 제이홉의 군입대로 '완전체' 활동은 멈췄지만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변합없다. 세계의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들은 행사에 앞서 일찌감치 한국을 찾았다. 서울의 주요 호텔과 숙소를 점령했다. 관광산업은 '방탄 특수'를 기대할 수 있었다. 유통가는 '방탄소년단 마케팅'을 쏟아냈다.

전문가들은 방탄소년단의 성공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것 가운데 하나가 소통과 진정성이다. 방탄소년단은 복잡한 세계관을 강요하는 대신 이 시대 청춘들의 고민과 아픔을 음악에 솔직하게 담았다. 멤버 모두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아 작사, 작곡에 참여한다. 또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진정으로 팬들과 소통했다. 거대한 팬덤은 이런 노력의 산물이었다. 음악은 아티스트와 듣는 이를 직접적으로 연결한다. 이 때문에 위상을 떨치는 K-콘텐츠 중에서도 K-팝의 파급력은 크다. 이제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아미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현실에서 상처받고 미래가 불안한 이들이 방탄소년단이 건네는 메시지에 고개를 끄덕인다.

방탄소년단은 2013년 6월 13일 데뷔했다. 10년이 흘러 '21세기 팝 아이콘'으로 우뚝 섰다.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정상에 6곡을,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1위에 6장의 앨범을 올려놓았다. 2021년 '다이나마이트'가 '핫100' 1위에 등극했을 음악평론가 임진모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졌다"고 경탄했다. 이는 한국 대중음악사에 일어난 기적이었다.

소통과 공감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물론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엉뚱한 결과가 초래된다. '김추자'가 '김치전'이 된 것은 헤프닝으로 웃어 넘길 수 있다. 그러나 공멸의 위협을 야기하는 경우를 결코 배제할 수 없다. 숱한 전쟁과 치열했던 이념의 대립이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됐음을 우리는 경험으로 안다. 반면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진정한 소통은 기적을 만들고 세상도 진화시킨다. 방탄소년단이 이걸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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