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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외교는 정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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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승인 : 2023. 06. 15. 18:48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기고, 대중 강경 외교 지양해야
필자는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 대사를 아주 잘 안다. 동년배인 탓에 상당히 친하게 지낸다고도 자부한다. 최근에는 성북구 소재 대사 관저에서 만찬도 함께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초청을 받아 만찬을 함께 하기 직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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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과 싱하이밍 대사./제공=한중도시우호협회.
이런 싱 대사로 인해 최근 정치권이 시끄럽다. 그가 이 대표와의 만찬 회동에서 정부의 대중 외교 정책을 비판한 때문이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중국 패배에 베팅하면 후회할 것"이라는 그의 발언을 문제 삼아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중 관계를 해친다면서 자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한국 외교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해도 좋다. 한중 관계 회복을 기대하는 경제계와 다수 국민의 여망에 반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려를 자아낼 수밖에 없다. 특히 여권이 싱 대사에게 '위안스카이', '침략국 대사' 운운의 극언을 쏟아내 향후 한중 관계에 심각한 후유증이 걱정된다.

이번 사태는 몇 가지 측면에서 우려스럽다. 국익에 반한다고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한중 관계의 회복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한국은 중국과의 경제 협력 없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없다. 1992년 수교 이후 양국 경제는 마치 '샴쌍둥이' 처럼 융합돼 있다. 결코 분리할 수 없다. 그런데도 억지로 분리하려는 것은 어리석고 위험한 짓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친한(親韓) 외교관에 대한 공격도 도를 넘었다. 외교부가 초치를 하고 국민의힘 대표가 '침략국 대사' 운운하면서 비판도 했다. 지금까지 한국 외교사에서 특정국가 외교관에게 이같은 공격을 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자제가 필요하다면 국익을 해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싱 대사에 대한 공격이 인신공격 수준으로 넘어가면서 한국의 외교적 국격(國格)도 떨어졌다. 일부 보수언론들이 외교 소식통을 출처로 싱 대사의 울릉도 고급 리조트 접대 의혹을 보도했다. 이는 마치 한국 정부가 외국 대사의 동선(動線)을 감시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는 위험한 보도라고 해도 좋다. 인신 공격성 보도라는 비판 역시 피할 수 없다. 앞으로 다른 외국 대사들도 감시의 시선을 느끼면서 불편한 한국 생활을 하게 된다면 이는 한국 외교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강(强)대 강(强) 대치는 외교가 아니라는 점에서도 우려된다. 여당이 야당과 정치적 대립을 하는 것은 정치의 속성상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외교는 꼬인 국가 관계를 대화를 통해 풀어내는 것이다. 국내 정치에서 정적을 공격할 때 하는 방식으로 주한 중국 대사를 공격하는 것은 두고두고 한중 관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국민의힘 내의 대표적인 외교통이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지낸 윤상현 의원이 자제를 주문한 것도 이 같은 상황을 잘 알기 때문이 아닌가 보인다. 그는 지난 6월 14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사) 추방까지 가서는 안 된다. 이런 걸 가지고 오히려 새롭게 뭔가 돌파구를 열어야 된다"고 주문했다

한국은 반도 국가이자 분단 국가이다.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과 대치하면서 경제 발전을 이뤄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는 나라이다. 이는 외교가 곧 생존이라는 뜻이다. 국가의 흥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말이 된다. 특히 4강 외교의 성패는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수밖에 없다. 이런 나라에서 외교를 국내 정치하듯 몰고 가는 것은 국익에 반한다. 아마추어 외교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중국은 이미 싱 대사에 대한 신임을 확인한 후 주중 한국 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그러면 그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한중 관계의 파탄과 그로 인한 한국의 경제위기를 초래할 대사 추방인가? 외교는 정치가 아니다. 감정 표출의 장(場)도 아니다. 오로지 국익을 위한 치열한 협상의 장(場)일 뿐이다.

일본과는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협력하면서 최대 경제 협력국인 중국에 대해 과도한 공세를 퍼붓는 것은 비합리적이고 균형을 잃은 외교라고 할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제 싱 대사에 대한 공격을 멈춰야 한다. 대화도 하기 바란다.

[필자 권기식은 한중도시우호협회장과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입니다. 권회장의 개인 의견에 대한 반론도 수용합니다]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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