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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아열대성 생약재, 제주에서 연구하고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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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가희 기자

승인 : 2023. 05. 02. 08:36

식약처 생물자원 연구·체계화 나서
나고야의정서 대응 생물주권 확보
수입의존도 낮출 자생 자원 개발
기획전시·다도 등 시민 체험 공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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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서귀포시 돈내코로 260 MFDS 국립생약자원관 제주 센터 내 위치한 생약누리 전시관. /양가희 기자
천산갑, 말벌집, 금박. 이름도 생소한 이것들은 모두 생약재다. 생약이란 식물, 동물, 광물 등의 자연물을 건조·정제하는 등 가공 과정을 거쳐 의약품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때로는 가공 처리 없이 그대로 사용하기도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달 28일 이러한 생약들의 전문 전시관인 '생약누리'를 개관했다. 생약누리는 지난해 12월 제주도 서귀포시 돈내코로에 설립된 MFDS 국립생약자원관 제주 센터 내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일반 시민에게 무료로 상시 개방된다.

식약처는 MFDS 국립생약자원관 제주 센터를 아열대성 생약자원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설립했다. 이는 지난 2010년 10월 채택되고 2014년에 발효된 나고야의정서에 따른 것이다. 나고야의정서란 생물자원을 활용하며 생기는 이익을 공유하기 위한 지침을 담은 국제협약이다. 다른 나라의 생물 자원을 연구하거나 이를 활용해 상품을 제작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유전 자원에 접근할 때 해당 자원을 보유한 국가에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 때문에 최대한 많은 생물 자원을 확보해 먼저 연구 정리하는 일이 급선무다.

고호연 식약처 한약정책과 과장은 "대구 특산물로 유명했던 사과는 이제 양구의 특산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며 "생약 역시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아 알로에 같은 아열대성 생약자원을 제주도에서 재배 가능하다"고 나고야의정서에 대응하는 방법과 생물 자원을 확보하는 일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는 팔각회향으로,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는 개똥쑥으로 만들어진 만큼 생약의 발전가능성은 무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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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약누리는 멸종위기종인 천산갑의 표본을 기증받아 전시하고 있다. /양가희 기자
멸종위기종인 천산갑은 비늘이 있는 포유류로 접하기 매우 어려운 표본이다. 생약누리는 천산갑뿐 아니라 코끼리의 뼈나 물소·사슴의 뿔처럼 평상시 보기 힘든 표본을 기증받아 1층 생약표본실에서 전시하고 있다. 이곳 생약표본실에서는 동물성 표본 외에 운모·자연동·해부석 등 광물성 표본과, 우리에게 친숙한 쑥·무궁화와 같은 식물성 표본까지 전시 중이다.

손으로 직접 만지고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비치된 인삼·당귀·팔각 등을 지나면 기획전시실이 나온다. 생약누리의 첫 번째 기획전시인 '세밀화로 보는 생약자원'은 사진보다 생생한 식물화 20여 점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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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약누리의 전시온실에는 쏘팔메토·노회·리치 나무·영환육 등 생약자원으로 활용되는 아열대 식물이 있다. /양가희 기자
국내 다른 생약자원관과 달리 아열대성 생약 자원을 재배하고 연구하기 위해 건립된 제주 센터인 만큼 전시온실도 빼놓을 수 없다. 반투명한 온실에 들어서면 습하고 온난한 공기가 관람객을 감싼다. 내부에는 쏘팔메토와 알로에 등 익숙하지 않은 생김새의 식물이 가득하다. 모두 국내 민간 농장에서 키우던 식물을 기증받았다는 것이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평가원) 생약연구과 강일현 연구관의 설명이다.

북아메리카의 야자과 관목 '쏘팔메토(Saw palmetto)'는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질병의 치료제다. 남아프리카 원산의 '노회(Aloe ferox)는 알로에의 일종으로 통풍·대장암·당뇨병·비만 치료 등에 사용된다. 식약처는 이처럼 민간이 개별적으로 키우던 아열대성 생약자원을 한데로 모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등 향후 10년 내로 본격적으로 적용될 나고야의정서에 대비해 생물 주권을 지킬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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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약누리의 전시온실에서 재배하고 있는 북아메리카 야자과 관목 쏘팔메토는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질병의 치료제로 사용된다. /양가희 기자
강 연구관은 "생약누리는 생약자원의 중요성과 보존·관리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알리는 한편 나고야의정서의 발효 같은 국제적 환경변화에 힘을 모아 대응할 수 있는 정보창구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제주 센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해 생약자원을 확보하고 수입의존도가 높은 당귀와 같은 생약자원을 우리나라 자생 자원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연구할 뿐 아니라, 교육청·박물관 등과의 연계 프로그램을 개발해 관람객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다도체험과 일명 '식물을 위한 수족관' 테라리움 제작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생약공방에는 현미경까지 있어 민들레와 쑥 등 일부 생약의 세포를 직접 볼 수도 있다. 한라산 중턱에 위치해 뒤로는 한라산이, 앞으로는 서귀포 바다가 훤히 보이는 생약누리 건물은 총 2층과 옥상정원으로 구성돼 있다.
양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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