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이후 최저
분양 당시 높은 청약경쟁률과 대비
시장 침체로 분양계약자 자금 부담
"고금리에 빈집 계속 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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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후 경기 부천시 '부천 일루미스테이트' 아파트에서 만난 입주민 A씨의 말이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A씨의 말처럼 수도권인 경기·인천에서 새 아파트에 집들이를 하지 못한 예비 입주자들이 늘고 있다. 부동산 시장 활황기에 높은 경쟁률을 뚫고 청약에 당첨됐지만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장 침체 여파로 입주 지정일 만료를 앞두고 새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경기·인천권 아파트 입주율은 72.3%로 조사됐다. 이는 2017년 월 첫 조사 이후 최저치다.
최근 기자가 찾은 부천 일루미스테이트 단지에선 차량은커녕 내부를 돌아다니는 입주자를 찾기도 어려웠다. 이 아파트는 지난 2월 28일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그런데 단지 내부는 한산했다. 이삿짐이나 새 가구를 실은 화물차들로 북적일 법도 한데 오히려 썰렁하기까지 했다. 단지 내 상가 건물엔 편의점·공인중개사무소 등 즉각적인 수요를 기대할 수 있는 업종만 들어섰을 뿐 공실이 여럿 보였다.
이 아파트 단지의 입주 지정 기간은 이달 말까지다. 그러나 현재 입주율은 50% 선에 그치고 있다. 2019년 1순위 청약 당시 1647가구 모집에 1만6405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이 9.96대 1을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던 것을 고려하면 저조한 입주율이다. 반면 23일 오전 기준 네이버 부동산에는 이 단지의 매매 및 전월세 매물이 1603건 올라와 있다. 전체 가구(3724가구)의 약 43%의 집이 입주자를 찾고 있는 셈이다. 매물로 나오지 않은 집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금리 인상·집값 하락 등 시장 침체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느낀 분양 계약자들이 입주시 치르는 잔금 마련 등 자금 확보를 위해 매매·임대 매물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주택산업연구원이 꼽은 지난달 전국 입주율 저조 원인은 △기존 주택 매각 지연(45.5%) △세입자 미확보(29.1%) △잔금대출 미확보(12.7%) 등으로 나타났다. 매물은 쌓이고 있는데도 거래자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이에 매물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부천 일루미스테이트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전용면적 84㎡형 전세 시세는 평균 3억5000만원 수준으로 형성됐지만 세입자를 구하기 어렵다보니 시세보다 수천만원씩 내리는 집주인들도 있다"며 "범박·옥길·구로 항동 등 주변에 약 2만가구에 달하는 아파트가 이미 조성됐다는 점도 입주율이 낮은 이유"라고 귀띔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낮은 입주율은 시장 침체로 분양 계약자가 기존 주택을 팔지 못하거나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진 때문"이라며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으로 집값 하락 폭이 줄고 거래량도 늘고 있지만 고금리가 해소되지 않는 한 빈집 증가를 막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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