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르포] “이미 가동된 원전, 원전 폐기물 처리도 중요해”…한 입 모아 촉구하는 고준위법 제정

[르포] “이미 가동된 원전, 원전 폐기물 처리도 중요해”…한 입 모아 촉구하는 고준위법 제정

기사승인 2023. 04. 02. 11: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30일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 및 맥스터 현장 방문
중·저준위방폐물은 동굴처분시설·표층처분시설로
고준위방폐물(사용후핵연료)은 원전 내 저장시설로
원전 내 저장시설, 포화 시점 빨라져…고준위법 제정시급
"이미 원자력 발전소는 가동되고 있습니다. 원전을 가동하면서 발생하는 방사성폐기물에 대한 처분 시설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처분 시설이 있어야 원전 지역 내 주민들과 미래세대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고준위법)'이 빨리 제정됐으면 좋겠습니다."

지난달 30일 방문한 경주시 문무대왕면 동해안로. 이 곳에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중·저준위방폐물 처분시설과 한국수력원자력 월성본부 고준위방폐물(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이 위치해 있다. 이날 만난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고준위법' 제정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이 고준위법 제정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이르면 8년 뒤 한빛원전부터 가동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사용후핵연료는 '부지내 습식저장→부지내 건식저장→중간저장 시설→영구처분 시설' 순으로 이동돼 영구히 처리되는데, 중간저장 시설이 없는 상황에서 '부지내 건식저장'이 순차대로 포화될 전망이다. 올해 2월 산업통상자원부 발표에 따르면 2030년 한빛원전 내 건식 저장시설이 포화되고, 그 다음해 한울원전 내 건식 저장시설이 포화된다.

2단계 표층처분시설 건설 관련 사진_1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관리·운영하는 표층처분시설(2단계) 건설 현장. 1차 건설을 추진 중인 모습. 1차 건설을 통해 지어진 시설에는 총 12만5000개의 드럼이 저장된다. 사진 왼쪽에 1차 부지를 짓고 있다. 총 부지는 25만개 드럼을 수용할 수 있다./제공=한국원자력환경공단
◇안전하게 땅에 묻는 중·저준위방폐물…내진성능도 상향
이날 찾은 공단의 중·저준위방폐물 처분시설은 크게 △동굴처분시설(1단계) △표층처분시설(2단계)로 나눠져 있었다. 여기서 중·저준위방폐물은 사용후핵연료 관리의 부산물로, 작업복·장갑·플라스틱 등 방사능 농도가 낮은 방사능폐기물을 말한다. 공단은 각 원전에서 발생한 중·저준위방폐물을 전용선박 또는 전용차량으로 운반해 경주 처분시설로 이송해오고 있다. 공단이 운영하는 중·저준위방폐물 처분시설은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 시설과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우선 1단계 처리시설인 동굴처분시설은 지하 130m에 있다. 동굴처분시설까지 가기 위해 운영동굴을 타고 내려갔다. 지하 95m까지 내려오자 동굴처분시설의 입구가 보였다. 작업복과 장갑·개인방사능선량계를 착용하고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동굴처분시설은 총 6개의 사일로(silo)로 구성돼 있다. 6개의 사일로에 순차적으로 중·저준위 방폐물을 콘크리트식으로 쌓아 올려 저장하는 방식이다. 현재 5번 사일로에 1만3328개의 드럼이 차 있고, 뒤이어 △2번 사일로(4576개) △1번 사일로(4368개) △4번 사일로(3072개) △3번 사일로(1091개) △6번 사일로(663개) 순이다.

중·저준위 방폐물은 △9팩(Pack) △16팩 등 두 가지 모양의 상자에 담겨진다. 9팩은 300ℓ짜리 드럼 9개를 일컫고, 16팩은 200ℓ짜리 드럼 16개를 말한다. 16팩은 상자 무게 5.5t(톤), 덮개 1.5t 등 총 7t에 달한다. 총 50m 높이의 사일로에 35m(27단)까지 쌓아 올린 다음, 쇠석(깨어놓은 돌)으로 뒤 덮고 끝은 시멘트로 마무리한다.

2단계 표층처분시설 건설 관련 사진_2
공단은 표층처분시설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표층처분시설은 총 2단계에 걸쳐 건설되는데 우선 12만5000개 드럼(200ℓ 기준)을 수용할 수 있는 1단계 건설을 추진 중이다. 공정률은 80% 수준이다. 1단계 건설이 마무리되면 나머지 12만5000개 드럼을 저장할 수 있는 2단계 건설 작업이 진행된다. 내진성능도 규모 7.0까지 감당할 수 있게 상향했다. 표층처분시설에 드는 총 사업비는 2646억원이다.

동굴을 빠져 나와 차량으로 5분 가량 달리다 보면 한창 공사 중인 표층처분시설이 나온다. 표층처분시설은 △처분고(20개) △지하점검로 △이동형 크레인(2조) △배수계통 등으로 구성돼 있다. 처분고는 두께 60㎝ 콘크리트로 단단하게 만들어진다. 처분고 1개당 200ℓ 기준 6250개 드럼을 저장할 수 있다.

공단 관계자는 해수면 기준 약 110m에 위치해 있어 해일 등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또 처분고에 쌓을 때 비나 눈 등이 침수하는 것에 대비해 MCS(Movable Crane Shelter)도 마련했다. 공단 관계자는 "처분고에 비가 흐르면 안되기 때문에 비를 막기 위해 MCS를 설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분고 용량이 다 차게 되면 두께 5,5m의 처분덮개를 설치하게 된다.

clip20230331163344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가 사용후핵연료 건식 저장시설인 '맥스터' 상부로 올라와 맥스터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고 있다./제공=한국수력원자력
◇절반이 가득 찬 '맥스터'…중간저장 시설 마련 시급
중·저준위방폐물 처분시설을 돌아본 뒤 한수원이 관리하는 고준위방폐물(사용후핵연료) 부지내 건식 저장시설로 이동했다. 차량으로 5분 가량 걸렸다. 까다로운 신분 확인 절차를 거친 뒤 작업복 등을 입고, 개인선량계 등을 지참한 뒤 입장했다.

한 발 들어서자 눈 앞에는 빼곡하게 차 있는 흰 원통 모양의 기둥이었다. 높이 16.5m에 달하는 이 시설은 최초의 건식 저장시설인 '캐니스터(Canister)'다. 광활하게 놓여져 있는 캐니스터는 총 300기가 건설됐다. 호기당 5400다발을 저장할 수 있다.

캐니스터보다 더 많은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이 '맥스터(조밀저장시설)'다. 맥스터는 현재 14기 건설돼 있으며 여기서 총 7기가 포화됐다. 맥스터 1기에는 2만4000다발을 저장할 수 있다. 캐니스터보다 무려 4배 가량 많은 양을 저장할 수 있는 셈이다.

맥스터는 7.6m 높이의 직육면체형으로, 1기당 총 22개(10개 입구, 12개 출구)의 공기 출입구가 있다. 아래 입구를 통해 공기가 들어가고, 공기가 안에 있는 열을 가져와 위에 있는 출구를 통해 빠져 나간다. 내부에는 2개의 방사능계측기도 있어 방사능 수치를 수시로 확인한다.

현재 월성본부 건식 저장시설의 포화율은 69.0%로, 추가로 맥스터를 증설을 할 경우 2037년까지는 버틸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원전들은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빛원전은 2030년에 포화되고, 뒤를 이어 △한울원전(2031년) △고리원전(2032년) △월성원전(2042년) △새울원전(2066년) 순이다. 따라서 건식 저장시설에 저장된 사용후핵연료를 하루빨리 중간저장시설로 이동해야 원전 가동이 중단되지 않는다.

한수원 관계자는 "정부가 계속운전을 하겠다고 방침을 바꾼 가운데 계속운전을 할수록 사용후핵연료는 더 많이 발생된다"며 "전기를 쓰는 대신에 빚을 지고 있다고 보는데, 그 빚을 다음 세대에게 넘기는 것은 비겁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우선 우리가 썼으니까 그 빚을 우리가 가져가야 한다고 본다"며 고준위법 제정을 촉구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