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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시대, 밥값이라도 싸게”…말레이시아, 1400원짜리 식사 캠페인 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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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아 쿠알라룸푸르 통신원

승인 : 2023. 02. 2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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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시내에 위치한 대형 프랜차이즈 버거킹이 최근 5링깃(약 1400원) 이하의 식사를 판매하는 캠페인 메뉴 파흐마를 선보였다. /사진=홍성아 쿠알라룸푸르 통신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불어닥친 인플레이션 충격으로 전세계가 고통을 받고 있는 가운데 말레이시아 정부가 민간업체와 함께 한 달 전부터 시행 중인 가성비 식사 캠페인 '메뉴 라흐마(Menu Rahmah)'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시행 초기 정부의 갑작스런 캠페인 발표로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잡음이 들렸으나 한 달이 지금 외식업계는 메뉴 파흐마가 한 끼 식사 문화로 정착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7일 현지매체에 따르면 안와르 이브라힘 정부는 외식비 부담을 덜어주고자 지난 1월 31일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5링깃(약 1400원) 이하의 식사를 판매하는 캠페인 메뉴 라흐마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라흐마는 아랍어로 자비라는 뜻으로 소득·국적에 관계없이 누구나 메뉴 라흐마에 참여한 사업장을 방문하면 5링깃 이하의 비용으로 식사를 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메뉴 라흐마 캠페인을 펼치는 배경은 고물가 상황 때문이다. 지난 1월 말레이시아의 식품가격 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6.7%를 기록했다. 물가상승이 본격화되면서 국민들의 불만도 고조됐다. 각종 SNS 및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1링깃(약 300원)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공유하는 사람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중에는 '삼발(고추장 양념과 비슷한 매콤한 전통 양념)'에 맨밥을 먹거나 빵으로 연명한다는 글도 공유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같은 점에 착안해 말레이시아 정부는 전국 1만5000개 사업장이 여건에 따라 자율적으로 캠페인에 동참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점심과 저녁 식사에 한정 판매하고 정상적인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이 포함된 식사와 물을 제공할 것을 권장했다. 자발적 참여를 목표로 설정했으나 이달 27일 기준 버거킹, 올드타운 화이트커피 등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부터 외식업 협회 등 민간 단체가 적극 동참해 당초 목표인 1만5000개를 달성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외식업계에 종사하는 자영업자에게 부담이 가중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나된 말레이시아 국민 메뉴(Menu Rakyat 1Malaysia, MR1M)가 실패했던 것처럼 농산물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면 자영업자는 메뉴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MR1M은 2011년 나집 전 정부가 시행한 2링깃(500원) 식사 판매 이니셔티브로 40개 기업이 동참했으나 원재료가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1년 만에 중단된 바 있다.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5링깃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메뉴 라흐마가 호평을 받으면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외식업계는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는 만큼 5링깃 이하의 저렴한 식사가 한 끼 식사 문화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홍성아 쿠알라룸푸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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