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112억 모금 36만명 지원... 민관협력 모범사례
올해부터 소액기부 문화 확산 노력…시민 의식개선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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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밥솥이 없어 여전히 냄비로 밥을 해 드시는 어르신, 조명을 바꿨더니 어두컴컴했던 집이 이렇게 밝은지 몰랐다는 독거노인, 냉기로 가득한 방에서 근근히 버티고 있는 다문화가정 등 겨울철 에너지 취약 서민은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의 에너지 취약계층은 35만 가구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 에너지 취약계층(400만 가구)의 8.75% 수준이다.
서울시는 에너지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시가 지향하는 '에너지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서울에너지복지시민기금' 사업을 펼치고있다. 서울에너지복지시민기금은 단순 정부보조금 지원에서 벗어나 시민과 기업의 기부금(품)을 재원으로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민관 협력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서울에너지복지시민기금은 서울시가 지정한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에서 운영한다. 기금은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의 조직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회복지직능단체와 구협의회를 연계해 기금을 배분하고, 에너지 빈곤가구에게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기금이 사용된 에너지복지 사업은 모두 기부자(시민, 기업, 단체)에게 결과보고를 하는 등 투명하게 운영한다.
기금은 에너지 효율 개선, 신재생에너지 지원, 폭염과 한파로부터 적절한 냉난방을 할 수 있는 신속 지원(물품·비용)부터 노후 에너지 기기 교체, 건물 에너지 성능 향상 등 중장기 해결방안까지 모색한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112억원을 모금해 약 36만 에너지 취약계층에 지원 사업을 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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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현대건설은 지난해 9월 서울시,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와 'H-그린세이빙 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억5000만원을 서울에너지복지시민기금에 기부했다. 기금은 사회복지시설 내 일반 조명기기를 고효율 LED 조명기기로 교체하고 유휴공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신재생에너지를 지원하는 사업을 전개 중이다. 이를 통해 전기요금 등 시설 운영비 부담을 낮추고 매년 온실가스 배출량 절감도 할 수 있게 됐다.
H-그린세이빙 사업은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과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탄소중립 사회 실현이 목적이다. 현대건설은 한국에너지공단의 온실가스 감축량 평가를 거쳐 절감된 온실가스 상당을 탄소배출권으로 인정받는다. 확보된 배출권 수익은 서울에너지복지시민기금에 재기부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에너지 교육 사업에 활용될 예정이다.
기금은 올해부터 시민들의 참여도 더 확대할 계획이다. 시민들이 즐겁고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소액기부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온라인 모금 플랫폼을 연계해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에너지복지에 대한 인식을 강화해 에너지복지시민기금 참여가 쉽고 즐거울 수 있도록 '브랜드명' 변경도 추진한다.
김정선 서울시 기후환경정책과장은 "서울에너지복지시민기금은 긴급 생계비 지원, 긴급 물품 지원 등 일회성 지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환경·기후변화도 생각하면서 에너지 취약계층에게 맞춤형 에너지 설비 지원이나 시스템 개선 등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 특징"이라며 "기업은 ESG 경영 차원에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고, 시민들은 생활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에너지 자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취약계층을 도울 수 있어 의미가 큰 사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