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재 영입·산업계 변화 파악 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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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재계에 따르면 HD현대(옛 현대중공업그룹) 17개 계열사는 최근 분당구 정자동에 위치한 HD현대 신사옥 '글로벌연구개발센터(GRC)'에 입주했다. GRC는 연면적 5만3000평, 지상 20층, 지하 5층 규모를 갖춰 HD현대, 한국조선해양, 현대오일뱅크 등 연구개발(R&D) 및 엔지니어링 인력 5000여명을 수용하게 된다.
현대제철도 이번 달 초 분당구 백현동 크래프톤타워로 이사하며 판교에 둥지를 튼 1호 철강사가 됐다. 양재동 서울사무소와 인근에 분산된 조직들을 모두 합쳐 통합사무소를 구축한 현대제철은 이곳에서 전기차 중심으로 개편되는 자동차 시장에 대비해 친환경·경량화 자동차 소재 및 부품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과 두산그룹 등도 일찌감치 판교로 이전했다. 삼성중공업은 2014년 판교 R&D센터로 이사했다. R&D센터가 있는 판교테크노밸리는 IT 및 첨단기술 관련 산업 연구 단지로도 유명하다. 두산그룹도 2021년 정자동에 27층 규모 신사옥을 건설해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 두산밥캣 등 주요 계열사를 한 곳으로 집결시켰다.
◇판교 이전으로 인재 영입부터 산업계 파악까지…원활한 소통은 '덤'
이들이 판교에 모인 이유는 우수한 연구개발(R&D) 인력을 확보하기 위함이 크다. 대표적으로 HD현대는 최근 자율운항 선박, 친환경 연료 등 신기술 확보에 분주한 만큼 개발자가 몰려있는 판교에서 그에 걸맞은 인재 영입도 수월하다는 판단이다.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GRC 입주 이후 가장 총력을 기울일 부분은 연구 및 개발 인력 확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기존에 자리 잡은 IT업계를 통해 산업계 변화를 한눈에 파악하면서도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것도 판교가 떠오르는 점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이 지난해 판교로 이주한 현대차 선행기술원과 같은 건물을 쓰는 것도 그 예 중 하나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기존에 타부서와 전화로 얘기하거나 따로 약속을 잡아야 했다면 요즘에는 바로 만날 수 있어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서울과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수도권 근무를 선호하는 젊은 구직자들을 영입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판교 지역은 광화문·여의도와 유사하게 오피스 지구가 형성돼 있어 신사옥을 짓기 적합하다"며 "판교 일대에 자리를 잡으면서 기업이 기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이미지도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향후에도 주요 기업들의 판교 이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실제로 HD현대 안팎에서는 최근까지 GRC 근처 부지에 2단계 신축 건물이 지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기도 했다. 2단계 건물이 들어설 경우 3000여명의 인력이 투입될 수 있다. 이외에도 삼성중공업이 위치한 판교테크노밸리(제1판교)에 이어 분당 일대에 제2, 3테크노밸리가 조성되고 있어 해당 지역으로의 기업 진출은 더욱 활발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