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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한스님 “청년이 홍대선원의 주인, 스님은 도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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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중 기자

승인 : 2023. 01. 09. 09:53

[인터뷰] 홍대선원 주지 준한스님
인스타그램 보고 오는 외국인 많아
일반인하는 오픈 강좌 매일 운영
홍대선원 주지 준한스님 인터뷰
홍대선원 '저스트비 템플' 주지 준한스님. 그는 홍대선원의 주인은 청년이며 스님은 도울 뿐이라고 강조했다./송의주 기자songuijoo@
'젊은이의 거리' '외국인이 찾는 명소'로 꼽히는 서울 서대문구 홍대 거리에 국제 포교를 위한 절이 들어섰다. 충남 예산 수덕사 포교당으로 운영을 시작한 '조계종 홍대선원'이다. 주지인 준한스님이 게스트하우스를 리모델링해 작년 10월 본격 운영을 시작했다. 젊은 층과 외국인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저스트비 템플(Justbe Temple)'이라는 이름을 함께 사용하고 홍보를 위해 인스타그램도 활용한다.

홍대선원은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다. 1층은 안내데스크와 다도·독서 공간이다. 2층과 3층은 템플스테이와 게스트하우스를 겸한 1인용 숙소다. 4층은 사무실, 5층은 법당이다. 법당에선 108배, 차담, 염불, 프리댄스같은 프로그램들이 매일 열린다. 자원봉사를 하는 강사와 스님이 함께 하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강좌'다. 최근 홍대선원에서 준한스님을 만나 이곳 얘기를 들어봤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서울 신촌 출신이다. 고등학교와 대학은 미국에서 나왔다. 불교와 인연이 깊었다. 모태 불자(佛子·불교 신자)였다. 불교와 명상에 대한 관심이 컸지만 처음부터 출가를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대학 때 자동차 사고가 출가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나는 괜찮았는데 동승했던 친구는 생사를 오갔다. 내가 운전을 잘못해서 사고가 났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서울 화계사 국제선원에서 숭산스님 주도의 안거(安居·선방서 집중수행) 수행을 하면서 모든 괴로움의 원인이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선불교(禪佛敎)의 진가를 알게 된 것도 이때다. 이후 출가를 결심했다. 행자생활은 수덕사에서 했고 해인사 강원·율원(講院·律院: 승려 대상 경전·계율 교육기관)을 나왔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템플스테이를 지도한 경험이 있어서 게스트하우스를 개조해 절을 운영해 볼 생각을 했다."

-기독교 문화권인 서구권 사람들이 불교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서양인들은 불교를 과학적·내면적·현대적이라고 본다. 불교는 믿음을 강조하는 종교라기보다 지혜와 실천을 강조하는 종교에 가깝다. 이런 이유에서 합리적 사유에 익숙한 서양인들은 불교를 쉽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또한 서구권에서는 특정 종교인으로 정의되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매번 불경을 읽고 틈나는 대로 참선하는 불자의 삶을 사는 서양 사람이 있다고 하자. 우리식으로 보면 분명 '신자'라고 얘기할 수 있지만 이들은 단지 '부처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포교는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
-홍대선원의 운영 방식은 기존의 한국 절하고 좀 다른거 같다.

"좀 색다르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한다. 청년들의 자원봉사로 다양한 강좌가 열린다. 요가·댄스·소리 명상 등의 수업을 스님들과 함께 배운다. 다시 말해 '저스트비 템플'의 주인은 청년들이다. 나를 비롯해 상주하는 6명의 스님은 조력자다. 다녀간 사람들의 후기 중에는 따뜻함·친절함을 느끼고 간다는 내용이 많다. 선원이라는 느낌보다 밥해주고 환대해주는 스님들과 같이 산다는 느낌을 받는 것 같다."

홍대선원 주지 준한스님 인터뷰
준한스님은 한국불교와 조계종이 가진 매력을 설명했다. 천년고찰 투어도 그가 생각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송의주 기자songuijoo@
-홍대선원에 거주하면서 봉사를 하는 외국인들도 있다고 들었다.

"선원 스태프 중에 칠레 , 아르헨티나, 교포 뉴질랜드 친구가 있다. 칠레 친구는 아이돌 음악하는 친구다. 원래 방을 하나 얻어서 활동했다. 그러다 명상을 처음 알게 된 후 이곳에서 가족처럼 살고 있다."

-불교에는 데라바다(동남아 불교전통), 티베트불교 등 여러 전통이 있다. 이 가운데 조계종 선불교 전통을 선택한 이유는

"조계종은 1981년 이래 전국의 스님들을 한 곳에 모아, 한 명의 계사 스님한테 계를 받는 '단일계단(單一戒壇)' 전통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는 다른 나라의 종단과 비교할 때 뛰어난 장점이다. 또한 해인사·통도사·불국사·송광사 같은 천년고찰은 전 세계에 자랑할 만한 문화콘텐츠다. 나는 특별히 선불교만을 고집하지 않지만 이런 장점 때문에 조계종 승려로 계를 받았다."

-한국불교가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포교해야 하는가

"불교도 젊은이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 재미있고 친구가 생기는 무대를 젊은이들에게 만들어주는 게 우리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천년고찰 투어도 생각하고 있다. 국내·외 청년들이 숨어있는 천년고찰을 보물찾기 하듯이 여행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나는 경쟁의 삶에 지친 젊은이들에게 쉼터를 마련해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다면

"어떤 수행을 하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외풍(外風)에 흔들리지 않고 부동심(不動心)을 키우려면 변하는 마음에 끌려가지 않는 수행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쓰는 것일 뿐이다. 삼배(三拜)하는 것만 봐도 그 사람의 수행력이나 경계가 보이는 법이다. 염불을 하든 참선을 하든 5분, 10분이라도 집중해서 수행하자. 그러면 결과물은 자연스럽게 나온다."

저스트비 템플
서울 서대문구 홍대선원 '저스트비 템플' 법당 모습./송의주 기자songuijoo@
저스트비 템플
홍대선원 1층 로비 모습. 이용객들이 다도 체험을 하거나 독서하는 공간으로 이용하고 있다./송의주 기자songuijoo@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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