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 플랫폼 토론회] 국회, ‘네이버 독과점적 지위 규제’에 한목소리

독과점 플랫폼 제도개선 토론회
최승재 "국민 기본적 자유 침해"
박상수 "변협, 플랫폼 전쟁 연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독과점적 플랫폼의 공정 혁신을 위한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송의주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 등 한국의 독과점적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의 입법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특히 네이버가 차지하는 독과점 지위의 폐해가 상당히 크다고 인식하고 이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승재 국민의힘·오기형 더불어민주당·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공동 주최한 '독과점적 플랫폼의 공정 혁신을 위한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는 총 20명이 넘는 국회의원들이 입을 모아 네이버 등 독과점적 플랫폼의 문제를 지적하고, 이를 개혁하기 위한 움직임에 공감을 표했다.

이날 토론회를 개최한 최 의원은 "중소기업중앙회 임원으로 있을 때 포털과 밀접히 연관된 소상공인·중소기업인들에게 필요한 정책을 제시했었다"면서 "온라인 플랫폼 등 새로운 가치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최근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네이버가) 시장을 지배하거나 모든 가치의 기준이 되는 것처럼 보이는 문제는 국민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선 결코 사회가 발전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축사에서 "미국처럼 독과점방지를 위해 독점기업을 여러 개로 쪼개면서 경쟁하게 만든 것이 좋은 예"라면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놓치면 독과점 기업이 생기고, 플랫폼 기업들이 분야마다 독과점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는 미국처럼 기업 분할권을 가져야 한다"면서 "그래야 독과점 기업들이 시장에서 조심할 것이며 그래야 자유방임 시장이 자유경쟁 시장으로 정상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단 공정위의 투명성을 공개해 모든 회의록의 전문을 공개하면 될 것"이라고 조건을 달았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독과점적 플랫폼의 공정 혁신을 위한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사진=송의주 기자

◇"네이버는 시장 교란 메가 플랫폼… 국가 차원의 규제 실행돼야"

토론에 앞서 발제를 맡은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네이버를 시장 교란자로서의 메가 플랫폼으로 규정하고 미국의 구조적 규제를 대안으로 꼽았다. 원 교수는 구글과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도 독과점 방지를 위한 규제를 국가적 차원에서 받고 있다면서 지식인 등 소비자들이 만든 콘텐츠로 성장한 네이버도 독과점 지위를 누리지 못하도록 국가 차원의 규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발제자인 강주안 중앙일보 논설위원·전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은 포탈과 언론의 역할이 종속적인 관계로 '비정상화'했다고 진단했다. 한국 언론 시장은 포탈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으며 트래픽 장사를 위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가 언론사를 막론하고 메인 뉴스가 됐다는 점이 가장 대표적인 폐해라고 지적했다.

강 위원은 "한국의 포탈 뉴스 소비 비율은 전세계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자체 홈페이지로 이동하는 아웃링크 비율은 5%도 되지 않는다"면서 "언론사마다 특색 있는 콘텐츠가 활성화하기 위해선 아웃링크 비율이 높아져야 하는데 포털에 잠식당해 그런 시도도 소용이 없게 됐다"고 말했다.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최승재 국민의힘·오기형 더불어민주당·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주최로 열린 '독과점적 플랫폼의 공정 혁신을 위한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자와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송의주 기자

토론패널로 참석한 강정수 전 청와대 대통령실 디지털소통센터장은 "네이버가 앞으로 아웃링크를 활성화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트릭이며 나쁘게 보면 일종의 사기"라면서 "네이버에서 결국 인앱 브라우저를 활용해 아웃링크로 들어가게 되면 다시 네이버로 접속하게 된다. 이런 생색내기식 아웃링크는 잘못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포털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혜택을 누리고 독과점적 지위를 누리게 됐는데 네이버·카카오·배달의민족·쿠팡 등의 차별적 행위와 불공정 거래 행위, 알고리즘 조작행위는 법적으로 막을 수 없는 현실"이라며 "공정 거래뿐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과 공정 거래 및 소비자권익은 관련 법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수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플랫폼과의 전쟁을 시작하고 변협이 대한의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대한약사회, 그리고 자영업 관련 협회와 연대하고 있다"면서 "다 합치면 100만명이 넘는 연대체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박 부회장은 "지난 20년간 플랫폼이 우리 사회를 지배했다"면서 "윤석열 정부가 아닌 네이버·카카오 정부에 살고 있는 기분이다. 언론까지 자본을 이용해 길들이려고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독과점 플랫폼을 끝내고 법치주의를 실행하기 위해 변협은 자영업자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