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C랩 스타트업 졸업식 열려
졸업 후 삼성전자와 협업 기회도
사내벤처 프로그램으로 시작
삼성페이 등 C랩 과제서 나와
실패 용인하는 문화 정착 강조
삼성전자가 지난 10년 간 C랩을 통해 육성한 스타트업 수와 이들이 유치한 투자금액이다. 삼성전자 직원들에게 아이디어의 사업화 기회를 제공하며 시작된 C랩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동행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C랩은 2012년 출범 때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조직문화에 새 바람을 불어넣길 바라며 힘을 실었던 사업이다. 이 회장은 2020년 수원사업장에서 C랩 임직원들과 만나 "미래는 꿈에서 시작된다. 지치지 말고 도전해 가자. 끊임없이 기회를 만들자. 오직 미래만 보고 새로운 것만 생각하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C랩 아웃사이드 졸업식 개최
삼성전자는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 R&D(연구개발) 캠퍼스에서 '2022 C랩 스타트업 데모데이'를 개최했다.
C랩 스타트업 데모데이는 지난 1년 간 삼성전자가 직접 육성한 C랩 아웃사이드 스타트업의 졸업식이다. 삼성전자는 2012년부터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C랩 인사이드를 운영했고, 이후 사외 스타트업까지 범위를 넓혔다. 삼성전자 직원이 차린 스타트업들은 C랩 인사이드, 외부 스타트업은 C랩 아웃사이드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C랩 오피스는 삼성전자 수원 본사와 R&D 캠퍼스에 자리해 있다.
이번 데모데이에는 AI(인공지능), 메타버스, 웰니스, 친환경 등 미래 유망 분야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20개 스타트업이 참가했다. 자율주행 로봇을 활용한 도심형 배달 서비스 업체 '뉴빌리티', 데이터 클리닝 기반 AI 개발·관리 솔루션 '렛서', 개인 맞춤형 영양제 자동 배합 디바이스 플랫폼 업체 '알고케어', 근골격계 질환 디지털 운동치료 솔루션 '에버엑스', 디지털 맞춤형 정신건강 케어 솔루션 기업 '포티파이', 기업에 필요한 법과 규제 정책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딧' 등이다.
삼성전자는 C랩 스타트업들이 C랩 아웃사이드 졸업, 스핀오프 후에도 지속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C랩 패밀리' 커뮤니티를 최근 구축했다. C랩 출신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C랩 스케일업 커미티'를 신설하고 삼성전자와 협력을 꾀하는 것이다.
한인국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장은 "C랩을 졸업한 스타트업의 성장을 관찰하고 삼성전자와 협업이 가능하다면 투자, 인수합병까지 본격 검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C랩 5년을 거치며 사업 역량을 키운 스타트업의 수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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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2012년 12월 사내벤처 프로그램 'C랩 인사이드'를 출범했다. 삼성 내부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할 창구가 없다",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보고 싶다"는 창의적인 조직문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식 자유로운 문화를 바탕으로 한 C랩 인사이드에 1583명의 임직원이 참여했다.
이 회장의 조용하지만 묵묵한 지원도 C랩 정착을 도왔다. 삼성전자 직원이 제출한 아이디어가 C랩 인사이드 과제로 선정되면 1년 간 현업을 떠나 아이디어 구현에 몰입한다. 갤럭시 업사이클링, 에코 패키지, 라이프스타일 TV '더 세로', 휴대폰 카메라, 삼성페이 등에 C랩 과제 기술이 적용된 예다.
삼성전자 사업에 적용하기 어려운 아이디어는 'C랩 스핀오프'로 분사를 지원한다. 단 스핀오프 후에도 본인 희망 시 5년 내 재입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C랩 스핀오프 도입 후 61개 C랩 과제의 스타트업이 분사했고 540여 개 일자리가 생겼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은 2000년대부터 실리콘밸리 경영인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해오며 제조업 기반의 삼성전자에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정착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며 "C랩을 포함한 '님' 호칭 통일, 직급 통합 등에 더 젊고 유연한 삼성을 바라는 의중이 담겨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