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답변서 없이 심문기일도 불참…입장 요청엔 "드릴 말씀 없다"
법조계 "이례적"…피해자 "재판 무대응하면 잘못 인정해야"
|
네이버 측은 소송이 제기됐음에도 변호인을 선임하지도 않고 법원의 심문기일에도 참석하지도 않았다. 소송을 제기한 박씨는 "창작자들의 저작물로 성장한 네이버가 정당한 호소를 무시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9일 오후 5시 수원지법 성남지원 5호 법정에서는 박씨가 네이버를 상대로 제기한 '삭제한 게시물 복원 및 소설 저작권 등 보전' 가처분 소송 첫 재판이 열렸다.
통상 저작권 관련 가처분 사건 등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 사건은 첫 재판을 심문기일로 정하고 채무자(피고)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한다. 가처분 명령이 발령될 경우 채무자가 본안소송에서 패소한 경우와 동일한 치명적인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성남지원 민사5부(부장판사 박남준) 재판부가 주관한 이날 재판 재판장이 '채무자 주식회사 네이버 최수연 대표'를 호명했지만 법정 안은 정적만 감돌았다. 네이버 측 관계자 뿐만 아니라 법률대리인인 변호인도 재판에 참석하지 않은 것이다.
더욱이 네이버 측은 심문기일 당일까지 답변서를 제출하지도 않았다. 재판부는 네이버 측이 박씨가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법률대리인을 선임하지도 않고 아무 서면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박씨가 소송을 제기한 뒤, 법원이 지난달 13일 재판신청서와 심문기일 통지를 했지만 네이버 측은 법정대리인도 고용하지 않은 채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셈이다.
◇"내 소설 왜 삭제했나"…소송까지 냈지만 '메아리'만
박씨는 네이버가 자신의 소설 '유등의 꿈'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명예를 훼손한다'며 소설의 연재를 강제 중단하고 자신의 저작물을 삭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씨에 따르면 저작물 삭제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와 저작권위원회에 해당 사실이 저작권법에 위배된다고 조사를 의뢰했다. 이에 문체부 측은 박씨의 민원 내용 중 '일부 삭제나 무단 편집은 저작권법상 저작인격권 중 동일성 유지권 침해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답했다.
이후 박씨는 저작권분쟁위원회 조정을 요청했지만 결국 네이버 측과의 조정은 결렬됐다. 네이버 측이 "신청인의 저작권 또는 저작인격권의 침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당시 네이버 측은 '알고리즘이 삭제한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박씨는 이후 해당 사안에 대해 경찰에 고발하거나, 소송을 제기하는 등 문제제기를 하고 있지만 네이버는 적극적인 해명보다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 네이버, 법원에 답변서도 안 내…"재판 포기했으니 저작권 인정해야"
법조계에서는 법적 대응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네이버 측 태도는 이례적이라는 입장이다.
저작권 관련 가처분은 일반적인 가처분과 다르다. 저작권 관련 가처분은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으로, 보통 본안 판결을 통해 얻고자 하는 내용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내용의 법률관계를 형성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에 따라 민사집행법 제304조는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 재판에서 는 채무자가 참석할 수 있는 심문기일 등을 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사 사건을 담당하는 한 변호사는 "임시 지위를 결정하는 가처분 심문기일에 불출석하거나 답변서를 보내지 않는 것은 다투던 사안에 대해 인정하는 것"이라며 "만약 가처분 심문기일에 불출석하거나 답변서를 보내지 않고 가처분 결정된다면 채무자는 그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시아투데이는 해당 사안과 관련해 네이버 측에 입장을 요청했지만 "별도로 드릴 말씀은 없다"고 짧게 답했다.
박씨는 심문기일이 끝난 뒤 기자에게 "지난 4월 제기한 네이버 상대 소송에서도 네이버는 이번 재판처럼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며 "네이버가 재판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 없으면 (저작권 관련한 ) 내 주장을 인정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도 아무런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