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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 쌓인 채권시장…신용 지표 줄줄이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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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희 기자

승인 : 2022. 11. 07. 19:24

레고랜드에 보험사 콜옵션 연기까지
신용불안에 자금시장 경색 우려 커져
CP 금리 상승폭 연일 최고점 경신
91일물 4.94%…13년10개월래 최고
신용스프레드·국가 부도 위험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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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채권시장이 겹악재로 휘청이고 있다. 레고랜드의 자산유동화증권(ABCP) 채무불이행 사태 이후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중도상환) 미행사 이슈까지 불거지면서 시장의 신용 불안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잇달은 악재로 채권시장의 신용 지표엔 일제히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기업어음(CP) 금리는 연일 최고점을 찍고 있으며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 AA- 3년물 금리 차)는 계속 커지고 있다. 국내 기업의 외화채 신용 스프레드(미 국채 대비 가산금리) 역시 확대되고 있다. 국가 부도 위험률은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선 통화당국이 채권 시장의 신용 위험 확산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A1급 CP(91일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6%포인트 상승한 연 4.94%를 기록해 연고점을 다시 썼다. 이는 2009년 1월 15일(연 5%) 이후 13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다.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이 채권 시장 안정화 조치를 내놓은 이후에도 CP 금리는 잡히지 않고 있다. 지난 24일(연 4.37%)부터 2주 사이 57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연초(1월 3일 연 1.54%)와 비교하면 340bp 급등했다. CP는 기업 신용도를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어음 형식 채권이다.

회사채 투자 위험 척도인 신용 스프레드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3일 연 61bp를 기록한 신용 스프레드는 매월 올라 8월 16일 100bp를 돌파했고 지난 4일 150bp까지 치솟았다. 11개월 새 89bp가 벌어졌다.

회사채 시장 위축으로 재계 2위인 SK그룹도 오는 10일 2000억원 규모의 장기 기업어음(CP)을 발행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SK측은 자금 조달 전략 다변화 차원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에선 회사채 미매각에 따른 신용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달(10월 1일~31일) 채권 종류별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은 회사채가 -4조8379억원, 여신전문금융사채권 등 기타금융채는 -3조4423억원으로 집계됐다. 채권 발행액보다 상환한 금액이 많았거나 설령 발행했다고 해도 미매각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외화채권 조달 여건도 악화됐다. 지난 2일 흥국생명이 관례를 깨고 발행 5년째를 맞은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연기한 이후 외화표시채권가격과 거래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상환 실패는 '기업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신호로 한국 채권에 대한 해외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선 흥국생명에 이어 다른 금융사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자금시장 경색으로 국가 신용 위험도는 6년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외국환평형기금채권 5년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연초(1월 3일) 21bp에서 지난달 31일 70bp로 상승했다. 지난 3일엔 75bp를 넘어섰다. 지난 2016년 2월 12일 78.7bp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또 국내 기업들의 외화채권 신용 스프레드는 연초 1.45%에서 지난달 말 1.92%까지 상승했다.

증권가에선 통화당국이 긴축보다 채권시장의 신용 위험 확산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 채안펀드 중심의 '50조원+α'와 은행권의 95조원 유동성 대책 등이 동원됐는데도 채권시장의 외형적인 변화는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외환시장 부담이 크지 않다면 내생변수인 금리는 현재 신용위험 확산에 더 주목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오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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