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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살인자’ 일산화탄소 주의보…연이은 중독 사망사고

‘침묵의 살인자’ 일산화탄소 주의보…연이은 중독 사망사고

기사승인 2022. 10. 1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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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와 포항서 가스 중독으로 사망사고 잇따라
숙박시설·가정집 가스 누출 감지 경보기 설치 ↓
전문가·소방당국 "경보기 설치·의무화 환기 및 점검 필수"
'가스 중독 추정' 주택에 설치된 보일러<YONHAP NO-2110>
9일 오후 5시께 전북 무주군 무풍면의 한 주택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나 80대 A씨 등 5명이 숨졌다. 사진은 당시 기름보일러가 설치된 주택의 모습. /연합
전북 무주군에서 가스중독으로 일가족이 사망한 가운데 포항의 한 모텔에서도 유사 사건이 발생해 일산화탄소 중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9일 전북 무주군의 한 주택에서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보일러에서 나온 일산화탄소로 인해 참변을 당했다. 현장 감식결과 보일러의 연통 배기구 일부가 막혀 있었고 일산화탄소는 집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포항시 남구 상대동의 한 모텔에서도 여성 투숙객 3명이 가스누출 사고로 사망했다. 경찰은 당초 범행 흔적이 없어 여성 3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지만 국립과학수사원 부검 결과 이들의 몸에서는 일산화탄소 성분이 검출됐다. 사고가 난 방안에는 천장공사를 위해 구멍이 뚫려 있었고 가스가 이 구멍을 통해 내부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됐다.

◇누출 감지 어려워 가정집은 속무무책…"경보기 설치뿐 아니라 환기 및 점검이 핵심"
소방청에 따르면 일산화탄소는 액화석유가스(LPG)나 액화천연가스(LNG) 등 가연물이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연소할 때 발생하는 가스다. 독성이 강하고 무색·무취·무미해 누출돼도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다. 지난 2018년 12월 강원도 강릉시의 한 펜션에서도 보일러 배기통 연통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일산화탄소가 누출됐다. 이 사고로 고등학생 10명 중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을 잃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일산화탄소 누출을 감지할 '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20년 2월 가스안전 주무관청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소방청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숙박업소에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했다. 그러나 여전히 숙박업소 경보기 설치는 미흡한 실정이다. 9일 사고가 발생한 포항 모텔에는 경보기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현재 숙박시설에 경보기 미설치 시 부과되는 과태료는 200만원인데, 이러한 벌금조치를 강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법령상 가정집은 경보기 의무 설치대상에서 제외돼 가정집은 일산화탄소 누출에 속수무책이다. 일가족 5명이 숨진 무주 가정집에도 경보기는 없었다. 보일러를 신규 설치할 때 제조업체가 경보기를 함께 설치해야 하지만 기존에 설치된 보일러는 의무규정이 없다.

공 교수는 "가정집은 개인의 권리가 큰 영역이라 경보기 설치를 전부 의무화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일산화탄소 중독을 조기에 발견하도록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거실 천장이나 눈에 띄는 곳에 경보기를 설치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어 "매년 2차례 의무적으로 실시되는 도시가스 안전점검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현실적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소방청 관계자 역시 "가정이든 숙박시설이든 창문을 열어 자주 환기하고 일산화탄소 감지 경보기를 설치하는 것이 사고 예방법"이라며 "평소 가스보일러 배기관에 찌그러진 곳이 없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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