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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이마트 영등포점에서 만난 판촉사원 최모씨(43·여)는 최근 배추김치를 찾는 손님이 늘어 바빠졌다. 하루 평균 80~90개 팔렸던 배추김치의 판매량은 최근 두 배 가까이 뛰었다. 포장김치 수요가 급증하자 일부 온라인몰에서는 김치가 일시 품절 됐다. 김씨는 "대용량 배추김치를 찾는 고객이 늘었다"며 "김치를 구하기 어려우니 애초에 대용량으로 구매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배추 한 포기 반이 들어가는 대용량 배추김치의 가격은 3만3800원으로, 재료값과 노동시간을 감안하면 포장김치를 사먹는 게 직접 담가 먹는 것보다 저렴하다.
이날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배추 1포기 평균 가격은 8748원으로, 7009원인 이달초 보다 24.8% 올랐다. 수확철 잦은 폭우와 태풍으로 작황이 부진해진 데다 추석 성수기 수요 증가와 맞물려 배추가격의 폭등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의 배추 수급량도 크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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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대상의 '정원e샵'에서는 종가집 김치 상당수 품목이 일시 품절 상태다. CJ제일제당 'CJ더마켓'에서도 포기김치 제품 일부를 판매 중단했다. 대형 식품업체들도 재료값을 버티지 못해 상품 가격을 인상 중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 15일 '비비고' 가격을 평균 11% 올렸다. 대상도 다음달부터 '종가집 김치' 가격을 평균 9.8% 인상할 예정이다. 농협중앙회도 '한국농협김치' 가격을 올릴 예정이다. 앞서 2~3월에도 업계는 평균 5~7%가량 가격을 올린 바 있다.
배추 수급 불안에 소비자들의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롯데마트 양평점에서 만난 박씨(30·자영업·남)는 한식당을 운영 중이다. 박씨는 "주력 상품이던 김치찌개 판매를 잠시 중단했다"며 "가격상승이라면 비싼 값에라도 들여올 텐데 발주 업체에서 공급을 중단한 상황이다"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국내산 김치가 너무 비싸 중국산으로 바꾼 곳도 꽤 많다"고 덧붙였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중국산 김치 수입액은 1억986만2000달러로 지난해 1~8월 수입액(8609만9000달러)보다 27.6% 증가했다. 특히 지난달 수입액은 1337만6000달러로 지난해 8월보다 1.4배가량 늘었다. 여기에 태풍 힌남노의 여파로 일부 지역에서는 배추 심는 시기가 열흘가량 지연되며 수확 시기 또한 늦어지게 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배추·무 가격이 안정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