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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에 지하주차장까지…폭우에 반복되는 ‘지하 참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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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 기자

승인 : 2022. 09. 07. 16:55

힌남노 희생자 10명…8명, 침수 주차장서 숨져
서울 폭우에 반지하 일가족도 비슷한 이유로 희생
전문가 "사전대비·대피명령·위기 매뉴얼 부실 탓"
지하주차장에서 나오는 수색팀<
7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소방, 해병대, 해경으로 구성된 합동 수색팀이 추가 실종자가 있는지 수색한 뒤 나오고 있다. /연합
지난달 초 서울 도심 일대 폭우로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이 목숨을 잃은 이후, 한달 만에 다시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경북 포항 지하주차장 참사가 발생하자 지하시설 참변 방지 대책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하 참변을 방지하는 시설 미비와 함께 혼돈스러운 대피 명령 등 위기 매뉴얼 부재가 연이은 참극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힌남노로 인한 사망자 중 침수된 지하 주차장에서 희생된 사람만 총 8명이다. 앞서 서울 남부에 집중적으로 비가 쏟아지던 지난달 8일 밤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도 순식간에 차오른 물에 목숨을 잃었다.

폭우 특성상 배수가 제대로 안 되는 저지대의 경우 물이 삽시간에 불어날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사전 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포항 주차장 침수 사고와 관련해 "안일함 때문에 큰 피해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책을 마련할 때 위치부터 봐야 하는데 포항 아파트의 경우 150m 떨어진 곳에 하천이 있었다"며 "하천 범람 우려 지역은 집을 짓지 않는 게 상책이지만, 이미 지어진 곳은 둑을 높게 쌓고 아파트 단지 내에 차수벽을 설치하는 등 대비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서울 반지하 참사와 관련해 "반지하의 경우 창문에 방지캡, 출입문에 차주판, 모래주머니 등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대피 등 안내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정부와 지자체의 대처가 미흡했다고 보고, 지하 참변 대처를 위한 위기 매뉴얼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공 교수는 "제일 중요한 것은 태풍·폭우 올 때 미리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는 것"이라며 "재난 상황이 오는 건 예보되기 때문에 관리사무소와 지자체는 임박해서가 아니라 사전에 지하가 아닌 지상에 주차할 것 등에 대해 충분히 안내·조치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류 교수도 "침수 우려 지역 1·2 층 주민들에게 행정력을 동원해 대피명령을 내렸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부산 동구는 '힌남노' 상륙 전날 임시 대피 명령을 내렸고 해당 지역 아파트 1층에 사는 주민들은 가까운 호텔 등 대피 시설로 피신해 큰 피해를 막았다.

류 교수는 "더 안타까운 건 안내방송을 잘 따른 사람들이 희생됐다는 것"이라며 "관리사무소의 비상 안내 매뉴얼이 잘못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중에 알려진 수칙 중 잘못된 것이 많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중앙정부가 새 지침을 만들어 배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고가 발생한 이후 배수 속도가 더디어 인명구조를 지연시켰다는 지적도 나왔다. 류 교수는 "포항 주차장 사고 현장에 배수장비가 많이 동원이 안된 것 같다"며 "이러한 사고에서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 교수도 "물이 최대한 들어가지 않게 막는 것이 중요하지만, 물이 흘러 들어갔을 경우 빠르게 빼낼 수 있는 배수펌프 조치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힌남노가 포항을 지나던 지난 6일 오전 경북 포항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돼 7명이 실종됐다. 소방당국이 지난밤과 이날 오전 수색을 벌인 결과 주차장에서 총 9명의 사람이 발견됐고, 2명이 극적으로 생환됐다. 나머지 7명은 심정지 상태로 추정됐다.

이들은 지하 주차장에 차를 빼라는 관리사무소의 안내방송을 듣고 주차장에 갔다가 인근 하천 범람으로 약 8분만에 차오른 물에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시기 포항시 남구 오천읍 지하 주차장에서도 60대 여성이 희생됐다. 이에 정부는 힌남노 피해를 입은 지자체에 특별교부세 80억 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이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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