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폭우에 반지하 일가족도 비슷한 이유로 희생
전문가 "사전대비·대피명령·위기 매뉴얼 부실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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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힌남노로 인한 사망자 중 침수된 지하 주차장에서 희생된 사람만 총 8명이다. 앞서 서울 남부에 집중적으로 비가 쏟아지던 지난달 8일 밤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도 순식간에 차오른 물에 목숨을 잃었다.
폭우 특성상 배수가 제대로 안 되는 저지대의 경우 물이 삽시간에 불어날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사전 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포항 주차장 침수 사고와 관련해 "안일함 때문에 큰 피해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책을 마련할 때 위치부터 봐야 하는데 포항 아파트의 경우 150m 떨어진 곳에 하천이 있었다"며 "하천 범람 우려 지역은 집을 짓지 않는 게 상책이지만, 이미 지어진 곳은 둑을 높게 쌓고 아파트 단지 내에 차수벽을 설치하는 등 대비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서울 반지하 참사와 관련해 "반지하의 경우 창문에 방지캡, 출입문에 차주판, 모래주머니 등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대피 등 안내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정부와 지자체의 대처가 미흡했다고 보고, 지하 참변 대처를 위한 위기 매뉴얼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공 교수는 "제일 중요한 것은 태풍·폭우 올 때 미리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는 것"이라며 "재난 상황이 오는 건 예보되기 때문에 관리사무소와 지자체는 임박해서가 아니라 사전에 지하가 아닌 지상에 주차할 것 등에 대해 충분히 안내·조치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류 교수도 "침수 우려 지역 1·2 층 주민들에게 행정력을 동원해 대피명령을 내렸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부산 동구는 '힌남노' 상륙 전날 임시 대피 명령을 내렸고 해당 지역 아파트 1층에 사는 주민들은 가까운 호텔 등 대피 시설로 피신해 큰 피해를 막았다.
류 교수는 "더 안타까운 건 안내방송을 잘 따른 사람들이 희생됐다는 것"이라며 "관리사무소의 비상 안내 매뉴얼이 잘못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중에 알려진 수칙 중 잘못된 것이 많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중앙정부가 새 지침을 만들어 배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고가 발생한 이후 배수 속도가 더디어 인명구조를 지연시켰다는 지적도 나왔다. 류 교수는 "포항 주차장 사고 현장에 배수장비가 많이 동원이 안된 것 같다"며 "이러한 사고에서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 교수도 "물이 최대한 들어가지 않게 막는 것이 중요하지만, 물이 흘러 들어갔을 경우 빠르게 빼낼 수 있는 배수펌프 조치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힌남노가 포항을 지나던 지난 6일 오전 경북 포항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돼 7명이 실종됐다. 소방당국이 지난밤과 이날 오전 수색을 벌인 결과 주차장에서 총 9명의 사람이 발견됐고, 2명이 극적으로 생환됐다. 나머지 7명은 심정지 상태로 추정됐다.
이들은 지하 주차장에 차를 빼라는 관리사무소의 안내방송을 듣고 주차장에 갔다가 인근 하천 범람으로 약 8분만에 차오른 물에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시기 포항시 남구 오천읍 지하 주차장에서도 60대 여성이 희생됐다. 이에 정부는 힌남노 피해를 입은 지자체에 특별교부세 80억 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