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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글로리아오페라단의 제1회 대한민국오페라어워즈 대상 수상기념 오페라 ‘리골레토’로 다시 무대에 올랐다. 글로리아오페라단은 작년 오페라 ‘아이다’로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올해 또다시 베르디 오페라를 선택했다.
17~19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펼쳐진 이번 공연에는 리골레토로 바리톤 고성현, 김동섭이 나서고, 질다 역할에는 소프라노 박미자, 강혜정이, 만토바 공작 역으로는 테너 정호윤, 김동원이 맡는 등 최고의 캐스팅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스파라푸칠레에는 베이스 이준석, 막달레나에 메조소프라노 양송미까지 가세해 시작 전부터 공연에 대해 큰 기대감을 갖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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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자는 맑고 또렷하게 들리는 발성을 바탕으로 청순한 질다의 감정을 잘 노래했는데 매력적인 중저음의 음색이 고음부분까지 이어지지 않아 다소 아쉬웠다. 만토바 공작 역할의 정호윤은 1막의 ‘이 여자나 저 여자나’(Questa o quella)에서는 오케스트라 소리가 상대적으로 컸던 탓에 강한 몰입을 보여주지 못한 반면, 3막의 ‘여자의 마음’(La donna e mobile)에서는 화려한 고음이 완벽한 절창을 선보여 큰 갈채를 받았다.
스파라푸칠레의 이준석은 묵직한 저음을 들려주는 가운데서도 명확한 가사전달로 리골레토와 좋은 균형을 이뤘다. 그리고 풍부하고 농후한 음색의 막달레나 양송미가 활약한 3막에서는 흠잡을 곳 없는 리골레토 4중창이 등장했다.
최이순의 연출은 단순하고도 깔끔한 느낌을 주었다. 고성현 리골레토의 표현력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만약 연출의 구성이 복잡했더라면 충돌을 일으킬 수도 있었다고 생각된다. 최이순은 상징 등의 부가적인 요소 없이 작품의 본질에 집중함으로써 이번 오페라가 가진 장점과 미덕들을 잘 살려냈다. 신재희의 효과적으로 정돈된 무대 또한 연출의 방향과 일치해 관객들은 음악으로 그려내는 등장인물의 환희와 절망, 분노와 아픔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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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리골레토는 글로리아오페라단의 31번째 작품이다. 대한민국에서 31편의 그랜드오페라 공연을 이어간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는 예술의 수월성만을 강조하기 쉽지만 그것만큼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다. 특히 오페라와 같은 순수예술에 있어서는 지속성이 절실한 존재가치 중 하나로 작동한다. 계속해서 공연되어야만 원천예술로서 동시대 예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글로리아오페라단은 지난 30여 년간 꾸준히 대한민국오페라를 지켜왔다. 이번 ‘리골레토’는 서른 번을 넘어선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결과물이다.
/손수연 오페라 평론가·단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