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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산 좋고 물 좋고...찍는 족족 ‘인생샷’...정선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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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기자

승인 : 2022. 06. 21. 10:40

여행/도롱이연못
도롱이연못. 아낙들이 이곳에 도롱뇽을 방생하고 탄광으로 일 나간 남편들의 무사를 기원했다는 애틋한 사연이 전한다./ 김성환 기자
사진 한 컷 찍으려고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는 요즘이다. 강원도 정선에도 사진에 푹 빠진 사람들을 유혹할 곳들이 제법 있다.

일단 고한읍 하이원리조트 얘기부터하자. 여긴 지금 ‘꽃잔치’가 벌어졌다. 스키장 슬로프를 가득 덮은 샤스타데이지가 하얀 꽃을 피웠다. 맞닥뜨리면 눈(雪)이 여전히 슬로프에 남아 있는 듯 보인다. ‘여름날의 설원’이 이럴까. 가파른 경사를 따라 깔린 화사한 ‘야생화 융단’이 바로 사진촬영의 멋진 배경이다.

여행/ 하이원리조트
하이원리조트 스키장 슬로프를 뒤덮은 샤스타데이지/ 김성환 기자
여행/하이원리조트
하이원리조트 스키장 슬로프에 샤스타데이지 꽃융단이 깔렸다./ 김성환 기자
하이원리조트 스키장 슬로프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고도와 기온에 따라 형형색색의 야생화가 피고 진다. 6월은 샤스타데이지의 계절. 오는 27일까지 ‘하이원 샤스타 페스티벌’도 진행 중이다. 하이원리조트 관계자는 “날이 가물어 평소보다 약 1주일 늦게 꽃이 피었다”며 “꽃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이달 말까지는 간다”고 했다.

여행/ 하이원리조트
하이원리조트 스키장 슬로프에 봄부터 가을까지 형형색색 야생화가 피고진다. 노란 금개국과 하얀 샤스타데이지 꽃이 층층이 피었다./ 김성환 기자
사람들은 꽃밭을 보고 신이 났다. 찾아간 날, 출사에 나선 한 무리가 꽃밭을 누비며 여름날의 추억을 만들고 있었다. 알록달록한 드레스까지 차려 입고 한껏 멋을 부린 채 카메라 앞에서 ‘모델’이 됐다. 아예 주저앉아 꽃향기를 맡는 가족이 있었고 연신 웃음을 뿜어내는 연인들도 종종 보였다. 샤스타데이지 군락지 중간에는 고풍스러운 피아노가 한 대 놓여 있었다. 노란 파라솔, 하얀 의자도 보였다. 이게 다 사진촬영을 위한 멋진 소품이 됐다. 샤스타데이지뿐만 아니었다. 옆 슬로프에는 샛노란 금개국 꽃까지 피었다. 하얀색, 노란색이 층을 이루니 이게 또 화려했다. 녹음 짙은 숲이 어우러지니 그야말로 눈이 호강했다. 이름난 테마파크의 정원보다 인공의 손길이 덜 느껴져서 기분은 훨씬 상쾌했다.
하이원리조트의 ‘하늘길 카트투어’(유료)를 이용하면 꽃구경도 편했다. 하늘길 카트투어는 약 1시간 동안 카트를 직접 몰고 슬로프를 포함해 약 7km의 탐방로를 따라 야생화 군락지를 자유롭게 감상하는 프로그램이다. 마음 끌리는 곳에 내려 꽃구경을 하고 사진촬영을 하면 된다. 물론 카트 타지 않고 걸어서 마음 내키는 만큼만 구경해도 그만이다.

여행/ 도롱이연못
도롱이연못은 작은 습지다. 하늘에서 보면 초록의 숲에 구멍이 뚫린 듯 동그란 연못자리가 드러난다./ 김성환 기자
여행/ 도롱이연못
고즈넉한 도롱이연못/ 김성환 기자
하이원리조트에 간다면 ‘도롱이연못’도 기억하자. 여긴 바람 없고 흐린 날 오히려 사진이 잘 나온다. 도롱이연못은 한 바퀴 도는 데 10분이 채 안 걸리는 작은 습지다. 탄광갱도가 자연적으로 함몰된 자리에 물이 고여 생겼단다. 아낙들이 이곳에 도롱뇽을 방생하고 탄광으로 일 나간 남편들의 무사를 기원했다는 얘기가 전한다. 탄광사고가 발생하면 도룡뇽의 생사여부를 살피며 남편의 안녕을 바랐단다. 키 큰 낙엽송이 가장자리를 에둘렀는데 하늘에서 보면 숲 한가운데 구멍이 뚫린 듯 동그랗게 연못자리가 드러난다. 고요한 수면에 데칼코마니처럼 반영되는 풍경이 이름에 깃든 사연만큼 곱고 애틋하다. 새소리는 또 이슬처럼 맑으니 풍경은 눈이 아닌 가슴에 남는다.

하이원리조트가 위치한 백운산(1426m)의 능선에는 운탄고도(석탄을 운반하던 옛길)가 실핏줄처럼 나있다. 이 길을 트레킹 코스로 조성한 것이 ‘하이원 하늘길’이다. 하늘길을 중심으로 다양한 테마의 숲길도 만들어졌다. 도롱이연못은 하이원리조트 마운틴스키하우스 인근에서 ‘고원숲길’을 따라 화절령 방향으로 오르면 나온다. 오르막이 부담되면 곤돌라를 타고 하이원리조트 ‘마운틴탑’까지 간 후 ‘하늘길 산죽길’ 코스를 따라 약 30분 내려오면 만날 수 있다. 산죽길은 숲도 울창하다.

여행/나전역 카페
오래된 철도 역사를 카페로 꾸민 ‘나전역 카페’/ 김성환 기자
여행/ 나전역
나전역 카페에는 곰삭은 시간의 향기가 흐른다./ 김성환 기자
북평면의 나전역도 ‘사진맛집’으로 통한다. 빨간 지붕을 인 역사(驛舍)는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1992), 드라마 ‘모래시계’(1995)의 촬영지였다. TV 예능프로그램에도 종종 등장했다. 정확히 말하면 이제는 ‘나전역 카페’가 됐다. 얘기는 이렇다.

나전역은 1969년 강원도 정선선 철도가 지나는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한때 인파로 북적였지만 탄광산업이 내리막을 걷자 한산해졌다. 1993년 역무원이 없는 간이역이 됐다. 2011년 철거 위기에 몰렸다. 주민들이 나섰다. 역사를 카페로 꾸미고 2020년 ‘국내 1호 간이역 카페’로 영업을 시작했다. 오래된 역사, 낡은 기물들이 ‘뉴트로’ 감성에 부합하며 ‘청춘’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요즘은 관광열차도 다닌다. 정선아리랑 열차가 토·일요일과 매월 끝자리가 2·7일에 서는 정선 오일장날에 맞춰 서울 청량리역에서 나전역을 거쳐 아우라지역까지 운행한다. 알음알음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나 기차 타고 오는 이들이 곰삭은 시간의 향기 속에서 예쁜 추억을 만들고 간다.

여행/곤드레크림커피
곤드레나물을 이용한 ‘곤드레크림커피’는 나전역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다./ 김성환 기자
참고로 나전역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는 ‘곤드레크림커피’다. 곤드레크림, 에스프레소, 우유가 3층 구조로 이뤄져 있는데 카페 점원 얘기로는 4가지 맛이 난단다. “위에서부터 차례로 조금씩 마시면 곤드레크림의 달콤함, 커피의 은은함, 우유의 깔끔함을 맛볼 수 있어요. 나중에 흔들어 섞어 마시면 또 색다른 맛이 나요.”

여행/ 아우라지
애틋한 사랑 얘기가 전하는 아우라지. 정겨운 돌다리를 볼 수 있다./ 김성환 기자
여행/ 아우라지
아우라지의 줄배/ 김성환 기자
나전역에서 아우라지가 멀지 않다. 나전역을 찾은 사람들은 아우라지도 둘러본다. 아우라지는 골지천과 송천이 만나는 곳이다. 정선아리랑 ‘애정편’의 발상지로 알려졌다. 강을 사이에 두고 각각 건너편에 살던 처녀, 총각이 사랑에 빠졌다. 간밤에 폭우가 내려 나룻배로 강을 건널 수 없게 되자 서로 바라보며 정선아리랑을 불렀단다. 아우라지에선 줄을 잡아 끌어 움직이는 줄배, 서정적인 ‘돌다리’를 볼 수 있다. 애틋한 사랑의 여운이 오롯한 것들이다. 인근 아우라지역에서는 구절리역까지 다니는 ‘국내 1호 레일바이크’ 정선레일바이크를 탈 수 있다.

여행/ 병방치스카이워크 전망대
병방치스카이워크 전망대/ 김성환 기자
정선읍 병방치 스카이워크 전망대는 장쾌한 풍경을 좇는 이들이 반길만한 곳이다. 여기선 한반도 지도 모양을 한 밤섬과 뱀처럼 굽이굽이 흐르는 동강을 배경으로 ‘짜릿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게다가 ‘아찔한’ 체험도 가능하다. 스카이워크 전망대는 강화유리로 마감된 바닥을 걸어서 아득한 발아래 전망을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든 구조물이다. 지상에서 무려 580m 높이에 만들어진 데다 발코니처럼 공중으로 약 10m 이상 툭 튀어 나와 있는 탓에 걸을 때 다리에 힘이 제법 들어간다. 이게 별거 아니다 싶으면 인접한 언덕에서 출발하는 집와이어도 있다. 최고 시속 120㎞의 스피드로 직벽 아래까지 급강하한다.

정선은 산 높고 골 깊고 물 맑은 땅이다. 눈 돌리는 곳마다 천연한 자연이 반긴다. 예쁜 추억으로 남을 사진 한 장 ‘콕’ 찍기에도 좋다. 가는 길이 좋아져 이제는 두메도 아니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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