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인터뷰] “우리나라 자연에 플러스되는 옷 만드는 것이 목표”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20609010004671

글자크기

닫기

장지영 기자

승인 : 2022. 06. 09. 17:25

타사 제품 알고보니 외국산 활용
생산라인 설치에만 약 20억 투입
의류용 원사 kg당 400원 더 들어
올해 500ml 2600만병, 옷 재탄생
제품40%가 폐페트병 활용 제작
매년 10%씩 지속적으로 늘릴 것
김재훈 비와이앤 블랙야크 부장 인터뷰
김재훈 비와이앤블랙야크 K-ECO팀 부장이 페트병 재활용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 김현우 기자
최근 패션업계의 키워드는 필(必) 환경이다. 이 때문에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리사이클링 소재의 의류도 쏟아지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렇게 만들어진 의류 가운데 국내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제품은 거의 없다. 아직 국내에 폐페트병을 활용해 섬유 원단을 만드는 기술이 부족해, 이를 활용해 옷을 만들기엔 원가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다수 패션회사들은 일본이나 중국, 대만 등에서 폐페트병을 수입해 친환경의류를 선보이고 있다. 이 말인 즉슨, 이들이 친환경 옷을 만들어내도 정작 국내 환경 문제 해결엔 별다른 도움이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럼 국내의 수많은 폐페트병은 어디로 흘러갈까. 아웃도어 브랜드인 블랙야크는 우연히 필리핀에 불법 수출된 한국산 플라스틱의 불명예스러운 얘기를 듣고, 국내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의류를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또 이를 위해 친환경 원사 제작에까지 직접 나섰다. 이쯤 되니 블랙야크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국산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제품을 만드는 연유가 궁금해졌다. 호기심을 풀기 위해 블랙야크의 ESG부문을 이끌고 있는 김재훈 K-ECO 부장을 지난달 26일 서울 블랙야크 본사에서 직접 만났다.

“국내의 폐페트병 분리 배출율이 높기 때문에 타사에서 나오는 리사이클링(재활용) 제품 역시 당연히 국내 폐페트병을 활용한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는 일본이 약 70%, 중국과 대만이 약 30%를 차지하고 있었죠.”

일반 폴리에스터의 칩 가격은 약 800원이다. 하지만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칩은 선별과 세척, 분쇄 등의 추가 과정이 더해지기 때문에 가격도 더 높다. 일본서 수입을 하면 kg당 1400원 정도에 가능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시작 단계라 400원이나 더 비쌌다. 비싼 원재료 가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에 반영하진 않았다. 리사이클링 제품이라고 가격을 올렸다가는 자칫 소비자들이 친환경 제품에 반감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ECO팀이 단기간 내에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강태선 회장의 지원이 컸다고 한다.

“회장님이 K-ECO팀 운영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세요. 지자체 등과 협업을 맺을 때도 많이 도와주셨고, 제품 출시 전 직접 이염 테스트까지 하실 정돕니다.” 지난해 2월 출범한 K-ECO팀은 원래는 회사 내 친환경 TF(태스크포스)팀으로만 구성돼 있었지만, 환경의 중요성을 절감한 강 회장의 지시로 환경만 전담하는 팀이 따로 만들어지게 됐다.

갑작스레 팀을 이끌게 된 만큼 우여곡절도 많았다. 김 부장은 폐페트병이 어떻게 분리·배출되는지 전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고, 개선점을 찾아 협력 업체들을 설득하기 위해 한때는 전국의 쓰레기 선별장만 다녔다고 한다.

“투명 폐페트병을 별도로 분리 배출하기 위해선 전용 라인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설치하는 데만 약 20억원이 소요됩니다. 그래도 우리의 설득과 방향성을 듣고 응해주시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제품도 빛을 볼 수 있게 됐죠.”

속도가 붙으면서 규모도 커졌다. 블랙야크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국산 투명 페트병(500ml 기준) 약 2600만병은 옷으로 재탄생 됐다. 티셔츠로 시작됐지만 현재는 자켓, 패딩, 바지, 플리스, 가방, 모자, 목도리 등 전 품종으로 확대됐다.

좋은 일을 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지자체와 대기업의 러브콜도 쏟아졌다. SK하이닉스, 포스코, GS리테일 등 여러 대기업으로부터 자사의 사업장에서 나오는 투명 폐트병을 수거해 의류를 만들 수 있냐는 연락이 먼저 왔다고 한다.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사업에도 속도가 붙으면서 강북구, 종로구, 은평구, 마포구 등 서울시 8개 자치구를 비롯해 강릉시, 삼척시, 창원시의 모든 시와 군 등 각 지자체와 협약을 맺을 수 있었다. 투병 폐페트병 수급 및 제품 생산 확대에 속도가 붙게 된 셈이다.

현재 블랙야크의 전 제품 중 약 40%가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옷이다. 블랙야크는 이를 매년 10% 가량 늘리겠다는 각오다. “패션업이다 보니 트렌드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저희 내부적으론 리사이클링 제품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김재훈 비와이앤 블랙야크 부장 인터뷰
김재훈 비와이앤블랙야크 K-ECO팀 부장이 블랙야크 본사서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를 가졌다. 이날 김 부장은 “국내 폐페트병을 최대한 많이 소모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사진 = 김현우 기자
장지영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