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라인 설치에만 약 20억 투입
의류용 원사 kg당 400원 더 들어
올해 500ml 2600만병, 옷 재탄생
제품40%가 폐페트병 활용 제작
매년 10%씩 지속적으로 늘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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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국내의 수많은 폐페트병은 어디로 흘러갈까. 아웃도어 브랜드인 블랙야크는 우연히 필리핀에 불법 수출된 한국산 플라스틱의 불명예스러운 얘기를 듣고, 국내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의류를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또 이를 위해 친환경 원사 제작에까지 직접 나섰다. 이쯤 되니 블랙야크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국산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제품을 만드는 연유가 궁금해졌다. 호기심을 풀기 위해 블랙야크의 ESG부문을 이끌고 있는 김재훈 K-ECO 부장을 지난달 26일 서울 블랙야크 본사에서 직접 만났다.
“국내의 폐페트병 분리 배출율이 높기 때문에 타사에서 나오는 리사이클링(재활용) 제품 역시 당연히 국내 폐페트병을 활용한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는 일본이 약 70%, 중국과 대만이 약 30%를 차지하고 있었죠.”
일반 폴리에스터의 칩 가격은 약 800원이다. 하지만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칩은 선별과 세척, 분쇄 등의 추가 과정이 더해지기 때문에 가격도 더 높다. 일본서 수입을 하면 kg당 1400원 정도에 가능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시작 단계라 400원이나 더 비쌌다. 비싼 원재료 가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에 반영하진 않았다. 리사이클링 제품이라고 가격을 올렸다가는 자칫 소비자들이 친환경 제품에 반감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ECO팀이 단기간 내에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강태선 회장의 지원이 컸다고 한다.
“회장님이 K-ECO팀 운영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세요. 지자체 등과 협업을 맺을 때도 많이 도와주셨고, 제품 출시 전 직접 이염 테스트까지 하실 정돕니다.” 지난해 2월 출범한 K-ECO팀은 원래는 회사 내 친환경 TF(태스크포스)팀으로만 구성돼 있었지만, 환경의 중요성을 절감한 강 회장의 지시로 환경만 전담하는 팀이 따로 만들어지게 됐다.
갑작스레 팀을 이끌게 된 만큼 우여곡절도 많았다. 김 부장은 폐페트병이 어떻게 분리·배출되는지 전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고, 개선점을 찾아 협력 업체들을 설득하기 위해 한때는 전국의 쓰레기 선별장만 다녔다고 한다.
“투명 폐페트병을 별도로 분리 배출하기 위해선 전용 라인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설치하는 데만 약 20억원이 소요됩니다. 그래도 우리의 설득과 방향성을 듣고 응해주시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제품도 빛을 볼 수 있게 됐죠.”
속도가 붙으면서 규모도 커졌다. 블랙야크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국산 투명 페트병(500ml 기준) 약 2600만병은 옷으로 재탄생 됐다. 티셔츠로 시작됐지만 현재는 자켓, 패딩, 바지, 플리스, 가방, 모자, 목도리 등 전 품종으로 확대됐다.
좋은 일을 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지자체와 대기업의 러브콜도 쏟아졌다. SK하이닉스, 포스코, GS리테일 등 여러 대기업으로부터 자사의 사업장에서 나오는 투명 폐트병을 수거해 의류를 만들 수 있냐는 연락이 먼저 왔다고 한다.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사업에도 속도가 붙으면서 강북구, 종로구, 은평구, 마포구 등 서울시 8개 자치구를 비롯해 강릉시, 삼척시, 창원시의 모든 시와 군 등 각 지자체와 협약을 맺을 수 있었다. 투병 폐페트병 수급 및 제품 생산 확대에 속도가 붙게 된 셈이다.
현재 블랙야크의 전 제품 중 약 40%가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옷이다. 블랙야크는 이를 매년 10% 가량 늘리겠다는 각오다. “패션업이다 보니 트렌드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저희 내부적으론 리사이클링 제품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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