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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은 “극장에 오는 것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무대를 야외로 옮겨 시민들에게 찾아가는 오페라를 제작하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2월 서울시오페라단 제 7대 단장으로 부임한 그는 서울 시민이면 누구나 다 한번쯤 볼 수 있는 오페라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보통 오페라는 어렵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데 그러한 인식을 깨고 싶어요. 덕수궁이나 경복궁 등 고궁에서 ‘춘향’ ‘심청’과 같은 우리 창작오페라를 선보이면 어떨까요. 공연 성사가 쉽지는 않겠지만, 제가 바라는 것은 시민들이 어디서든 쉽게 오페라를 볼 수 있고 음악을 즐기는 것입니다.”
박 단장은 부임 후 첫 공연으로 오는 1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오페라 갈라 콘서트’를 연다.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을 위로하고자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과 ‘마술피리’, 베르디 ‘리골레토’와 ‘라 트라비아타’ 등 유명 오페라 아리아와 중창곡으로 꾸미는 무대다.
연출을 맡은 박 단장은 “통상적인 갈라 콘서트와는 달리 색다른 무대가 될 것”이라며 “사회자가 동화책을 읽어주듯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중간 중간에 노래가 울려 퍼진다. 성악가들은 무대 위에 자리 잡고 있다가 조명이 비춰지면 노래하는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무대는 입담으로 유명한 MC이자 개그맨인 신동엽이 진행을 맡아 눈길을 끈다. 또한 포토존, SNS 이벤트 등으로 관객 참여를 유도해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서울시오페라단의 다음 무대는 6월 23∼26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되는 ‘파우스트: 악마의 속삭임’이다. 괴테의 희곡과 구노의 오페라를 결합한 작품이다.
박 단장은 “MZ세대들을 겨냥해야 오페라가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연극과 결합한 색다른 작품을 선보이려 한다”면서 “블랙박스 극장에서 영상을 활용하고,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뛰어넘어 관객의 옆과 뒤에서 성악가가 등장해 관객들이 실제 작품 속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오는 9월 코로나19로 인해 장기 연기된 ‘로미오와 줄리엣’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좀 더 색다르고 재밌는 작품들을 많이 선보일 예정이다.
박 단장은 “연극이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오페라, 대중성이 있고 젊은 관객들도 좋아하는 작품을 제작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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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예산을 확장하기 위해 서울시오페라단 기부자 모임 ‘울림’을 만들었습니다. 오페라 애호가이신 분들 뿐 아니라 오페라에 관해 알고 싶은 분들도 함께 해 매달 마지막 월요일마다 클래스를 열고 있어요.”
단국대 성악과 교수이기도 한 그는 후학들을 위해서 많은 무대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후배들과 제자들이 설 무대가 점점 없어지는 것을 보면서 이러다간 아무도 성악을 배우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렵게 공부하고 유학도 다녀왔는데 설 무대가 없다보니 배달 일을 하는 사람도 있고요. 이런 현실이 너무 안타까워 저 혼자 힘으로는 안 되겠지만 좋은 무대를 만들어 희망을 주고 싶어요.”
◇박혜진 단장은...
박 단장은 예원학교와 서울예술고등학교를 거쳐 연세대학교 성악과에 수석 입학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맨해튼 음악학교 성악과에서 수학했다. 오페라 ‘라보엠’ ‘카르멘’ ‘투란도트’ ‘라 트라비아타’ 등 다수 작품에서 주역 소프라노로 활동했다. 한국인 최초로 체코 ‘프라하 봄의 축제’에 초청받아 프라하필하모닉과 협연하기도 했다. 2012년 제5회 대한민국오페라대상 페스티벌 여주역상을 수상했다. 단국대학교 성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