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 인지센서 기술 개발 도맡아
국내 미래차 전환 컨트롤타워 역할
13일 현대모비스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날 발표한 ‘미래차 전환 디지털 고도화 추진전략’에서 ‘자율주행 차량 플랫폼’ 및 ‘차세대 인지센서 개발’을 현재 모비스가 맡고 있다. 국내 레벨 4단계 자율주행차 상용화 기반을 만들고 부품을 내재화하는 범정부 차원의 산업 생태계 조성에 핵심 키 맨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자율주행 정책은 다부처 동시 추진 단일 업무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미래차산업과장과 국토해양부의 자율주행개발혁신사업단장 자리로 현대차 출신들을 영입, 임명한 것만 봐도 현대차그룹이 사실상 자율주행 정책의 방향과 전략을 수립한다고 할 수 있다.
실제 플레이어인 국내 기업들에 투자와 연구개발 방향성을 제시하고 조율하는 일은 조성환 현대모비스 사장의 몫이다. 조 사장을 수장으로 한 한국자율주행산업협회는 이날로 꼭 출범 3개월을 맞았다. 자율주행 관련 국내 모든 영역의 역량을 한데 모아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일이다. 완성차뿐 아니라 카카오모빌리티·KT·만도·쏘카 등 서비스·e-모빌리티 기업과 협력하고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까지 총 43개 조직과 소통해야 한다.
국내 자율주행 환경에서 의미 있는 첫 발을 내딛는 건 제네시스가 4분기 준비 중인 2023년형 G90이다. 현대모비스의 제어기가 탑재되면서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이 가능해진다는 게 현대차그룹 설명이다. 시속 60㎞ 이하에서 차량이 알아서 주행하는 ‘고속도로 파일럿’ 기능이 반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주행 레벨3은 시스템이 일정 구간 자율주행하고 돌발 상황시에만 운전자가 개입하는 단계이고 레벨4는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고 시스템이 모든 안전 상황을 제어하는 단계다. 내년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아이오닉5 로보택시를 운영한다는 모셔널도 현대모비스가 약 4억 달러를 투자해 10%의 지분을 갖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국내 자율주행산업을 이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는, 어디로 개화할지 모르는 방향성을 일일이 주목하고 컨트롤 중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인지 센서다. 정밀한 위치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가격이 비싼 ‘라이다’, 주변환경에 안정적으로 동작하지만 거리가 멀어질수록 정확도가 떨어지는 레이더, 가격이 저렴하고 전방 시야 내 신호와 포지션을 인식하지만 거리 측정에 애를 먹는 카메라까지 현대모비스가 그 가능성을 들여다보며 관련 기업들과 연구개발을 이끌어가는 중이다.
모비스는 상황에 따라 다른 센서를 채택하거나 복수의 감지 기술을 한 번에 이용해 정확도를 높인다는 ‘센서 퓨전’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러시아 거대 IT기업 얀덱스와 레벨4수준의 자율주행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데 부품과 센서를 공급했고, 미국의 라이다 제조사 벨로다인과도 센서의 방향성에 대해 협력 중이다. 천재승 현대모비스 연구개발 부문장은 최근 ‘CES 2022’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요구되는 자율주행 기술을 지속적으로 파악하면서 자율주행 실현을 위한 센서의 인식 단계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가 자율주행을 서비스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 모듈 같은 하드웨어를 책임지고 있다”며 “이미 자율주행 셔틀과 같이 확보된 기술력을 다수의 전시회에서 공개하며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