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L 자회사 우리금융에프앤아이 설립
은행에 치우진 수익구조 해결로 '리딩뱅크' 도약해야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위한 선제적 노력도 이어졌다. 우리금융은 새로운 사외이사로 증권·보험 업계 전문가를 선임하면서 인수·합병(M&A) 포석을 깔았다. 또한 비은행 경쟁력 강화의 일환으로 최근 부실채권(NPL) 투자 자회사인 우리금융에프앤아이를 설립했다.
금융권에선 우리금융이 비은행 경쟁력 제고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고 본다. 은행 부문에 치우친 수익구조로는 KB금융·신한금융을 따라잡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이사진에 증권·보험 수장 출신…NPL 자회사 설립까지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우리금융 창립기념식에 참석한 손태승 회장은 “증권·보험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 확대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모든 자회사의 위상을 업권 내 상위 레벨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3일 신년사에 이어 재차 비은행 강화를 통한 수익성 제고를 강조한 것이다.
우리금융은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선제적 작업을 마친 상태다. 먼저 지난 6일 윤인섭 전 푸본현대생명 이사회 의장과 신요환 전 신영증권 대표를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확정했다. 각각 보험업계와 증권업계의 수장을 거치며 전문가로 평가되는 인물들로 새로운 이사진을 꾸린 것이다.
이 같은 인사는 증권사·보험사 M&A에 힘을 싣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해 완전 민영화 숙원을 이루며 정부의 입김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진데 이어 내부등급법 도입으로 그룹의 자본건전성을 높였고 새해 초부터 M&A 전략에 탄력을 더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9일에는 그룹의 14번째 자회사로 NPL투자 전문회사인 우리금융에프앤아이를 출범시켰다. 우리금융은 2001년부터 2014년까지 NPL 자회사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이와 함께 현재 우리종합금융의 NPL투자 관련 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우리은행·우리금융캐피탈·우리자산신탁 등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최대 약점 비은행 부문…은행 의존도 낮춰야
우리금융이 이처럼 비은행 강화에 총력을 다하는 이유는 은행 부문에 치우친 수익구조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우리금융은 누적 2조198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이 가운데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82.6%에 달한다. 경쟁사인 주요 금융그룹들의 50~60%대와 비교하면 20%포인트 넘게 차이난다.
이는 곧 전체 순익 차이로도 직결됐다. 우리금융의 순익은 지난해보다 92.8%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리딩뱅크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KB금융(3조7722억원)·신한금융(3조5590억원)보다는 1조3000억원 이상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문제는 현재 시장에 이렇다 할 증권 부문 매물이 없다는 점이다. 최근 손 회장은 소형 증권사를 인수해 우리종금과 합병하거나 우리종금을 증권사로 전환하는 방안 등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우리금융이 가치가 낮은 매물 인수 등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에선 이런 움직임에 대해 긍정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리금융의 탄탄한 체력을 감안할 때 소형 증권사를 충분히 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 매물 등을 계속 물색하고 있지만 구색 맞추기식의 M&A가 될 것으로 보진 않는다”며 “현실적으로 봤을 때 가치가 낮은 증권사를 사서 키우는 차선책도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3년 전과 비교해 비은행 부문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경쟁사들이 더 앞서가는 만큼, 조금 더 박차를 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우리금융은 내년 말까지 비은행 부문 비중을 30%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비은행 자회사 확충과 시장경쟁력 제고로 이른 시일 내에 수익 비중을 확대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비은행 부문에서 은행 수준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 강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