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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아냐”…미얀마 로힝야, 코로나 백신접종에서도 소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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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1. 08. 16. 13:19

Virus Outbreak Vaccines Refugees <YONHAP NO-2549> (AP)
인도의 로힝야족 난민촌에서 아이들에게 옷을 나눠주고 있는 로힝야 활동가의 모습. ‘세계에서 가장 박해받는 민족’으로 불리는 로힝야족은 미얀마·방글라데시·인도 등 세계 곳곳에 난민으로 떠돌며 코로나19 위험에 노출돼 있다./제공=AP·연합
‘세계에서 가장 박해받는 민족’으로 불리는 미얀마의 로힝야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에서조차 제외됐다. 로힝야족 탄압에 앞장서 온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후 로힝야족은 미얀마 국민이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며 접종에서 배제시킨 것이다.

현지매체 이라와디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로힝야족이 대거 거주하는 라카인주(州)는 로힝야족이 백신 접종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군사정부의 라카인주 당국자는 주(州) 내 ‘무국적 무슬림 공동체’인 로힝야는 “백신 접종 대상 목록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국가 정책에 따라 국민들에게 우선권이 주어진다. 공적자금으로 구매된 백신이므로 시민들에게 우선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미얀마는 그간 로힝야족을 ‘불법 이민자’라고 주장하며 시민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미얀마 영토 내에 존재한다고 규정한 135개의 민족에도 로힝야족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로힝야’라는 명칭조차 사용하지 않고 ‘라카인 무슬림’ 혹은 차별의 의미를 담은 ‘벵갈리’로 지칭한다. 미얀마 민주화 투쟁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조차 “로힝야족을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 2월 1일, 쿠데타로 수치 고문의 민선정부를 전복한 군부는 로힝야족 학살과 탄압에 앞장서며 공공연히 적대감을 드러냈다.

로힝야족은 미얀마에서도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무국적 난민인 셈이다. 특히 라카인주 시트웨 지역에는 2012년 유혈충돌 이후 피난 온 로힝야족 14만여명이 난민캠프를 꾸려 거주하고 있다. “국가에서 발급한 신분증을 기반으로 백신 접종을 진행한다. 정부의 정책은 국민을 우선한다는 것이다”라는 라카인주 대변인의 말은 사실상 로힝야족이 미얀마 국민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발언인 셈이다. 라카인주는 지역 내 의료진·고령층·정부 관료 등 우선 순위 1만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실시했다.
매체에 따르면 시트웨 로힝야 난민캠프 곳곳에서 코로나19 감염이 발생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로힝야족 난민을 인용, 여러 사람들이 코로나19 증상을 보이고 있지만 검사도 받지 못했고, 노인들 중 일부가 사망했다고 전했다. 군사정부의 보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이후 라카인주에서는 코로나19로 3400여 명이 확진판정을 받았고 290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해당 통계가 로힝야족 난민캠프의 실상을 반영하지 못했을 것이란 지적과 우려도 높다.

라카인 여성네트워크는 “인종·피부색·종교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예방 접종을 받아야 한다. 코로나19는 전염성이 높다. 로힝야족도 예방 접종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남아시아 인권단체인 포티파이 라이츠(Fortify Rights)는 “로힝야족은 인권과 일상은 물론 건강에 대한 권리마저도 제한됐다”며 “충격적이지만 놀랍지 않다”며 비판했다. AP통신은 국경을 넘어 온 미얀마 출신 로힝야족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방글라데시는 지난 10일부터 이들에게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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