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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가석방]삼성, 조용한 안도…“걸림돌 많지만 투자 시계 다시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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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미 기자

승인 : 2021. 08. 09. 18:49

눈 감은 이재용
아시아투데이 송의주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월 18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송의주 기자songuijoo@
조용한 안도.

9일 늦은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확정 소식이 전해지자 삼성 내부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애초 기대했던 사면이 아닌 가석방인데다 가석방과 별개로 여러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 가석방 반대 여론 등으로 이 부회장의 복귀를 마냥 반기기에는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 현재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또 이달 19일부터는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 관련 새로운 재판을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의 복귀는 정체됐던 삼성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희망이 감지된다. 총수 부재로 그간 멈춰있던 대규모 투자 같은 의사결정이 다시금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이 부회장은 우선 170억 달러(약 19조 5000억원) 규모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증설 등을 필두로 2030년 종합반도체 1위로 올라서겠다는 ‘비전 2030’ 재정비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월 재수감 후 207일 만 복귀…美 투자 확정하며 ‘비전 2030’ 재정비 나설듯
법무부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가석방 심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13일 오전 10시에 출소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이 13일 출소하면 지난 1월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으로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된 후 207일 만의 복귀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 소식을 들은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다행이다”며 안도하는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부당합병 의혹 재판, 프로포폴 불법투약 의혹 재판을 치러야하는 등 이 부회장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치 않아 복잡한 심경이 감지된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가석방은 총수 부재로 정체됐던 삼성의 경영 시계가 다시금 바삐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운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우선 그동안 묶여 있던 대형 투자에 대한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170억 달러(약 19조 5000억원) 미국 현지 투자 발표가 가장 먼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을 비롯해 텍사스주 테일러, 애리조나 인근 굿이어와 퀸크리크, 뉴욕의 제네시카운티 등 5개 지역을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지만, 최종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 경기 평택에 짓고 있는 반도체 3기(P3)에 대한 투자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이 수감돼 있는 동안 삼성전자의 추격 대상인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는 삼성의 3배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더욱 앞서 나갔다. 또 향후 3년간 1300억 달러(약 148조 8000억원)를 투자로 미국, 일본 등지에 10여개의 공장 증설 계획을 밝히며 독보적인 1위 입지를 굳히려는 모습이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종합반도체 1위 자리를 다투는 인텔까지 파운드리 시장에 합세하며 삼성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3월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은 최근 세계 파운드리 3위 기업인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추진하는 등 반도체 파이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반도체 강자들의 거센 시장 확장 움직임에 이 부회장이 2018년 선언한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재정비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부회장역시 작년 12월 말 열린 파기환송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우리가 한순간 방심하면 삼성도 망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언급하며 위기의식을 드러낸 만큼, 복귀 후 투자 계획 수립·수정 등을 진두지휘하며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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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M&A 급물살 가능성…재판·재수감 가능성은 걸림돌
대규모 인수합병(M&A)도 가시화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9월 그래픽처리장치(GPU) 1위 엔비디아는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기업 ARM을 400억 달러(약 46조원)에 인수했고, 10월 미국 반도체기업 AMD는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 업계 1위 자일링스를 350억 달러(약 40조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하는 등 반도체 업계는 몸집 불리기에 나서며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2017년 9조원을 들여 오디오 전문 기업 하만을 인수한 이후 M&A가 중단됐다. 순현금만 112조원(3월 말 기준)을 보유한 삼성의 M&A가 멈춘 것은 사법 리스크 등 이 부회장을 둘러싼 상황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삼성전자 경영진이 “3년 내 의미있는 인수합병을 진행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이 부회장이 복귀하면 관련 결정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네덜란드의 자동차용 반도체 회사 NXP를 인수할 가능성 등을 거론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은 2018년 초 석방된 이후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 선언을 주도하는 등 여러 현장을 다니며 미래사업에 힘을 실었다“며 ”이 부회장이 복귀하면 그간 뒤쳐진 것으로 평가받던 삼성전자의 투자 시계가 빨라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다만 이 부회장이 가석방된다 해도 경영 활동에 온전히 집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상 5년 취업제한에 걸려 원칙적으로 경영 현장에 복귀하기 어렵고, 가석방 신분이어서 해외출장도 제한된다.

이 부회장은 그간 미등기 임원 신분, 무보수로 삼성을 경영해 왔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취업제한 대상자가 아니라는 게 재계 시각이다. 하지만 책임경영 명목으로 등기이사에 오르기 위해서는 법무부 장관의 취업승인을 받아야할 것으로 보인다.

가석방과 별개로 진행되는 불법 승계 의혹 재판과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협의 재판 등 2건의 재판, 이에 따른 재수감 가능성도 걸림돌이다.

이 부회장은 ‘부당합병·회계부정’ 1심 재판에 매주 목요일마다 법원에 출석해야 한디.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와 관련한 정식 재판도 이달 19일부터 시작된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반대해온 여론도 삼성이 극복해야 할 부담이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1000여개의 시민단체들은 이 부회장이 가석방된다면 비슷한 기업 범죄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반대해 왔다.

이 때문에 가석방의 명분으로 거론됐던 경제 살리기 성과를 입증하기 위해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이 대단위 투자, 일자리 창출, 사회공헌 등에 더 적극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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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작년 10월 13일 네덜란드 ASML 본사를 찾아 반도체 극자외선(EUV)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제공=삼성전자
홍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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