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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코로나19에 노란옷·흰옷 S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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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1. 08. 0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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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흰색 옷과 천이 내걸린 집을 찾은 자원봉사자의 모습./사진=이라와디 캡쳐
군부 쿠데타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악재가 겹친 미얀마 시민들이 흰옷과 노란옷을 내걸며 서로 돕고 있다. 미얀마의 최대 도시인 양곤도 쿠데타와 코로나19로 무너진 사회시스템 속에서 의료용품과 음식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알아차린 시민들이 서로를 의지하고 있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최근 양곤 시내 곳곳에는 흰색·노란색 천이 나부낀다. 천이 마땅치 않아 흰색이나 노란색 옷을 내건 집도 많다. 노란색 옷이나 깃발을 내건 집은 의료용품이 필요하다는 뜻이고 흰색은 음식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사람에서 사람으로’란 슬로건으로 시작된 이 캠페인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코로나19에 휩싸인 최대 도시 양곤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양곤 시민 A씨는 아시아투데이에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몇몇 자선단체와 시민들이 말레이시아에서 벌어진 캠페인 아이디어를 차용해 시작한 것”이라며 “지금 군부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 시민들이 서로를 돕고 살리고 있는 것”이라 밝혔다. 앞서 말레이시아에서도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워진 빈곤층이 집 앞에 흰 색깃발을 내걸고 도움을 요청하면 함께 돕자는 ‘본드라 뿌띠(하얀 깃발)’ 캠페인이 펼쳐졌다.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는 미얀마 양곤에 대해 A씨와 친구들은 “평생을 살아온 도시가 지옥처럼 느껴진다”고 입을 모았다. 일가족 모두가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치료도 받지 못한채 집안에서 꼼짝도 못하고 있는 경우가 빈번하다. A씨는 “어느날 보이지 않거나 소식이 끊겨 집으로 찾아가니 집에서 코로나19로 죽어있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숨진 사람들의 장례는 대부분 국가가 아닌 자선단체의 몫이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시작된 ‘사람에서 사람으로’ 캠페인은 시민들이 도움이 필요한 상황을 알리고 서로 돕자는 것이다. 이라와디는 가족 5명이 모두 코로나19에 감염돼 절망에 빠졌던 한 여성이 문에 노란색 천조각을 내걸고 페이스북을 통해 사정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고 소개했다. 이후 사정을 접한 한 남성이 의료용 산소 실린더를 들고 찾아왔고 산소 수치가 떨어져 위험한 상태였던 여성의 부모도 고비를 넘겼다.

시민들이 서로 돕고 있는 가운데 정부나 국가 차원의 지원 정책은 전혀 없다. 일각에서는 “미얀마의 사회시스템 자체가 무너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활동가는 매체에 “식량 지원은 단기적인 해결책일 뿐이다. 적절한 의료 시스템이 없다면 사람들이 집에서 계속해 죽을 것”이라며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전략과 강력한 리더십,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라와디는 “시민들은 코로나19와 홍수 등을 견디고 있지만 군부가 통제하는 사회복지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얀마에서는 연일 4000~5000명의 확진자와 300명대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의료시스템 붕괴와 제한된 코로나19 검사로 실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수치일 가능성이 높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하루 사망자가 6~700명에 육박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설상가상으로 군부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에 필요한 의료용 산소·의약품 등을 시민들을 통제하거나 탄압하기 위한 무기로 사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방역 정책이나 시민들을 지원하는 국가정책의 부재로 시민들이 옷가지를 내걸며 서로 도울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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