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탄핵’강 건너 비전 제시 요구
여의도 문법 부정당하는 시기 올 것
박근혜 영입·김종인 정치스킬 배워·유승민과 철학 공유
서진정책 구체화 호남전문가 필요
|
이 전 최고위원은 이날 아시아투데이와의 단독인터뷰에서 “고정관념이 깨졌을 때 우리 당은 외연이 확장되고 큰 지지층을 얻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6·11 전대에서 ‘돌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최근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거물급 중진의원들을 제치며 1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표심으로 이어질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정치권에서 ‘여의도 문법’이 통용되지 않는 시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내가 당대표가 되면 젊은 세대의 정치 관점이 바뀔 것”이라며 “청년 정치 지망생들이 어딘가에 줄을 서 최대한 성과를 내는 방식 보다는 국민들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활동을 전환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2030세대가 이미 탄핵의 강을 건너 국민의힘이 미래 비전을 내놓길 기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서울과학고를 거쳐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컴퓨터과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2011년 30살이 되지 않은 나이에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발탁돼 ‘박근혜 키즈’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후 바른미래당·미래통합당 최고위원 등을 지냈다.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캠프 뉴미디어본부장으로 맡아 ‘2030 시민 유세단’ 기획을 크게 성공시키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
“우리 당원들이 그 어느 때보다 선거 승리를 갈망하고 있다. 그래서 4·7 재보선에서 역할이 컸던 나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것 같다. 특히 우리 당이 새로운 선거 구도에 눈을 뜬 게 아닌가 생각된다. 기존의 대선 승리 공식이 영남에서 많은 표를 얻고 일부 수도권과 충청권의 표를 더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50대 이상층에 더해 2030세대의 표심을 얻는 방식도 가능하다. 지역구도 대신 세대구도로 갔을 때 확장성도 커지고 공약을 내기도 편하다.”
-2030세대 표심 잡기에 오래전부터 공을 들여왔다. 4·7 재보선에서 빛을 발했다고 보는가.
“3~4년 전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과 젊은 세대 문제를 캐기 시작했을 때 대다수 정치인들은 ‘너무 자잘한 이슈를 건드린다’고 봤고 ‘과연 젊은 세대가 반응하겠느냐’는 의구심도 전했다. 하 의원과 젊은 세대 문제를 다루면서 정치에 대한 2030세대의 건전한 관심이 확 늘어났다. 여의도에서 ‘정치’하는 중장년층이 독점하던 어젠다 세팅을 2030세대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게임 관련 이슈나 성평등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제는 50대 이상 정치인들은 주제가 무엇인지 몰라서 참여하지 못하는 영역이 됐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2030 시민 유세단’에서 가장 기억 남는 발언은.
“2030세대가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이 ‘틀에 박힌 문법’과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비니 모자를 쓴 남성이 했던 말 중에 ‘오 후보가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무책임하게 사퇴해 좋아하지 않지만, 여러 차례 사과했으니 이젠 괜찮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은 정치인의 입으로 할 수 없는 문법이다. 정치권은 상대의 과오에 대해 영속적으로 집착하고 괴롭히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젊은 세대는 ‘잘못된 선택을 했지만 반성하고 있으니 이제는 미래를 보자’는 식이다. 어쩌면 젊은 세대는 탄핵 과오 등에 대해 책망하기 보다는 국민의힘이 더 나은 비전을 보이길 갈망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2021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준석’은 어떤 의미인가.
“대한민국 정치에서 ‘여의도 문법’이 부정당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당대표가 되면 젊은 세대의 정치 관점이 바뀔 것이다. 청년 정치 지망생들이 어딘가에 줄을 서 최대한 성과를 내는 방식 보다는 국민들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이다. ‘이준석’이란 사람이 낙선도 하고 고비를 겪었지만 지난 10년간 방송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소통을 멈추지 않은 것이 지지율로 나왔다고 생각한다. 정치 문법이 많이 바뀔 것이다.”
|
“우리 당 분위기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우리 당이 공천만 주면 천하의 인재가 물밀 듯이 들어왔다면 지금은 인재들이 우리 당의 문을 두드리기를 주저한다. 공천제도가 공정하다는 확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토론배틀, 정책 공모전 등을 통해 경쟁의 길을 열어 철저하게 능력주의와 실력주의로 인재를 등용하겠다.”
-제2의 이준석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정치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배가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트리오와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이분들은 좋은 분들에게 영입됐지만, 후배 양성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분들이 자기 다음 세대가 어떤 식으로 정계에 진출할 수 있을지 미리 고민하지 못했다. 내가 지금보다 더 잘된다는 보장도 없지만, 미리 후배 양성을 위한 준비를 하려고 한다.”
-정치 멘토가 있나.
“나는 명쾌하게 말한다. 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영입한 사람이다. 박 전 대통령이 없었다면 나는 정치를 안했고, 또 못했을 것이다. 정치적 스킬은 2012년 당시 김종인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에게 배웠다. 철학을 공유하는 정치인은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이다. 이분들을 뛰어넘는 ‘청출어람’의 정치인이 되겠다.”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과 홍준표 무소속 의원 복당에 대한 입장은.
“사면론은 우리가 언급할 필요가 없다.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가 하라고 해서 할 분도 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할 분도 아니다. 문 대통령이 국민통합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사면을 할 것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도 문호를 연다면 공천 갈등으로 잠시 떠나 있는 홍 의원에게도 문을 열어야 한다. 홍 의원의 복당에 대한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
|
“대선 경선은 ‘흥행’이 가장 중요하다. 범야권 후보들의 면면은 굉장히 훌륭하다. 사실 후보군을 놓고 보면 흥행할 수밖에 없다. ‘국민 소통’을 앞세운 공정한 경쟁의 장만 만들면 된다. 후보들이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벌여 경쟁하게 하고, 최대한 후보자의 모든 것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경선을 진행할 것이다.”
-국민의힘이 최근 서진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서진 정책은 호남민들의 역사적 응어리를 풀어주는 데 그쳐선 안 된다. 호남민들의 응어리에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같은 역사적 사건도 있겠지만, 1970~80년대 경부축을 중심으로 한 경제 성장 과정에서 호남이 소외됐다는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여수·순천·광양, 군산에는 지역 산업 붕괴 우려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호남 현안에 대한 이해가 있는 전문가들을 배치해야 한다. 서진 정책은 결국에는 실질적 관심까지 포함해야 한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무릎 사과’로 좋은 스타를 끊었지만 아직 할 일이 많다. 당대표가 되면 서진 정책을 구체화하겠다.”
-젠더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젠더 이슈에 대해선 가장 온건한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여성 문제에 있어선 여성할당제와 가산점 이외엔 지적한 게 없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여성 혐오 프레임을 씌우려는 건 성역화하려는 의지라고 생각한다.”
-국민과 당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전당대회에서 수많은 고정관념을 깨려고 노력하고 있다. ‘젊은 사람이 당을 맡을 수 없다’, ‘수도권 기반 정치인은 당심을 얻기 어렵다’ 등의 고정관념을 깨려고 한다.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졌을 때 우리 당은 외연이 확장되고 큰 지지층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