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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주의 향한 미얀마 국민 열망 식지 않았다
미얀마 양곤대학 박사과정에 있던 최재희씨는 쿠데타 이후 학업을 멈추고 한국에 있는 미얀마 유학생들과 함께 군부 쿠데타 규탄과 민주화 운동을 함께 하고 있다. 최씨는 11일 아시아투데이에 “일부 외신에서 미얀마의 거리 시위가 줄어들고 사람들이 일상 생활을 회복하고 있다고 하지만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들의 열망은 식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군부는 이번달부터 학교 수업 재개를 명령했지만 최씨가 다니던 양곤대 교수들과 학생 95% 가량은 개강을 거부하고 시민불복종운동(CDM)에 참여하고 있다. 최씨도 학생들과 함께 “군부 아래에서 학업을 지속하지 않겠다”는 성명서를 냈다.
재한 미얀마 유학생회 회장인 저 윈 태씨는 “미얀마에 있는 가족들에게 전화할 때면 종종 총소리를 듣거나 집 앞에 군경들이 와있다는 소식을 전해듣는다. 현지에 있는 친구들은 국가반란죄 혐의로 수배돼 피신해 있다”고 전했다. 유학생인 진 민 파잉씨도 “미얀마 외대에서 조교수를 하던 친구는 CDM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정직됐다”고 전언했다.
◇ “한국, 가장 든든한 지원군…도와달라”
미얀마 양곤 시민 A씨 가족들은 모두가 CDM에 뛰어들었다. 처음엔 “위험하다”며 만류하던 아버지도 “더 이상 군부의 개로 살 수는 없다”며 공무원 생활을 포기했다. 그는 본지에 “80년대 군부 독재를 제대로 못 끝냈다. 그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는 것”이라며 “과거엔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지만 지금 젊은 세대들은 한국처럼 민주화를 달성하자며 포기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성공 사례와 시민사회 지원은 우리 미얀마 시민들에게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A씨는 “끝까지 관심을 잃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저 윈 태씨는 “민주진영의 국민통합정부(NUG)가 출범했지만 아직 걸음마 상태”라며 “한국 정부가 유엔이 보호책임(R2P)을 발동할 수 있도록 해달라. 군부의 돈줄이 될 수 있는 국내 기업들의 거래를 중단시켜준다면 정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진 민 파잉씨도 “100일이든 1000일이든 지속적인 응원과 연대가 간절하다”며 “한국은 우리에게 ‘민주화의 선배’ 나라로 여겨진다. 민주화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힘과 용기를 전해달라”고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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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홍 성공회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는 쿠데타 사태 100일에 접어든 시점에서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가 미얀마 민주진영과 국민을 대표하는 국민통합정부(NUG)를 어떻게 지지할 것인지 진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11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합법정부로서의 NUG의 정통성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문제는 군부가 군사력·경찰력, 외교 네트워크를 장악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NUG와 쿠데타 군부 최고기구인 국가행정평의회(SAC) 간의 힘의 비대칭이 극명한데 이것을 최소한 균형상태로 만들기 위해 국제사회가 NUG 역량강화에 나서는 것이 긴급한 과제다. 특히 한국 정부가 기존 한·아세안 파트너십 등을 통해 NUG에 우호적인 지역정치 환경을 만드는 적극적인 가치외교를 펼쳤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