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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시민들 “군대 아닌 테러리스트”..소수민족·국제사회도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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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1. 03. 28. 15:05

Myanmar <YONHAP NO-3656> (AP)
27일 미얀마 양곤에서 부상당한 반(反)쿠데타 시위 참가자가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미얀마군의 날인 27일에는 100여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군경의 총탄에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제공=AP·연합
“미얀마군은 더 이상 군대가 아니다. 군대라면 나라와 국민들을 지켜야 하는데 국민과 아이들을 쏴죽이는 그들이 어떻게 군인인가. 그들은 테러리스트다.”

미얀마 양곤에서 반(反) 쿠데타 시위에 참가하고 있는 대학생 A씨를 비롯한 다수의 시민들은 28일 아시아투데이에 전날 벌어진 최악의 유혈사태를 이렇게 규정하며 슬픔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A씨와 동료들은 본지에 “3월 27일은 이제 미얀마군의 날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페이스북·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미얀마 시민들이 이날을 ‘저항의 날’이라고 명명하고 거리에서 “군부독재 타도”·“아웅산 수 치 국가고문 석방” 등을 외치며 대규모 시위를 펼쳤다.

27일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중 미얀마를 점령한 일본에 맞서 무장 저항을 시작했던 걸 기념하는 ‘저항의 날’이었으나 1962년 군부 정권이 쿠데타로 집권하며 ‘미얀마군의 날’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날 거리로 나온 시민들이 ‘저항의 날’을 외친 것은 민선정부를 쿠데타로 몰아내고 비무장 시민들에게 유혈 탄압을 이어가고 있는 미얀마군을 전면적으로 부정한 셈이다.
미얀마군의 날은 지난달 1일 발생한 쿠데타 이후 가장 많은 피를 흘린 날로 기록됐다. 현지매체 미얀마나우는 이날 밤 44개 도시에서 114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SNS 등에는 “군인이 시위에 참가하지 않은 시민들과 어린이들조차 닭과 새를 사냥하듯 총으로 죽이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피해 상황을 담은 동영상·사진들이 쏟아졌다. 이라와디 등 미얀마 매체에 따르면 5~15세 어린이들마저 최소 4명이 군경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

시민들을 상대로 한 군부의 반행에 소수민족 무장단체들도 발끈하고 나섰다. 일부 소수민족 무장단체는 제76회 미얀마군의 날 행사 초청도 거부하고 민주진영과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주요 무장단체인 카렌민족연합(KNU)은 “미얀마 군경이 평화 시위대를 협박하고 공격하고 죽이는 것은 전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하며 제사회의 중재를 받아들일 것과 권력을 이전 문민정부가 작년 총선 전에 제시한 ‘전국통합정부’에 넘길 것을 함께 촉구했다. KNU는 27일 태국 접경지역에서 정부군과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샨족의 소수민족 무장단체인 샨족복원협의회(RCSS)는 “미얀마군의 날은 마치 국민을 죽인 날 같다”며 군부의 민간인 살해가 계속될 경우 무장반군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진영과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이 연대해 무장투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제사회 역시 최악의 유혈사태에 군부를 향한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미얀마 주재 유럽연합(EU) 대표단은 성명을 통해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들, 특히 어린이들을 살해하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미얀마의 76회 국군의날은 테러와 불명예의 날로 영원히 새겨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합동참모본부는 27일(현지시간) 미국·한국·호주·캐나다·독일 등 12개국이 참여한 공동성명을 통해 “미얀마 군부 및 경찰의 비무장 민간인에 대한 치명적인 무력 사용을 비난한다”며 “군대는 국제 표준을 따라 그들이 복무하는 사람들을 해치지 않고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

28일 미얀마나우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군부의 유혈 진압으로 숨진 미얀마 시민은 442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어린이 사망자들은 20명이 넘는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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