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빠르게 소진…'4월 위기론' 확산
반도체 업계 악재…6월 이후에나 정상화
車제조사 감산·공장 가동 일부 중단 불가피
현대기아 "상황 예의주시…기민하게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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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현대차에 따르면, 다목적차량(MPV) ‘스타리아’는 사전예약 첫날에만 1만1003대가 계약됐다. 앞서 현대차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는 첫날 2만3760대로 국내 자동차 역사를 새롭게 썼고, 기아 K8은 1만8015대로 기아 세단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조만간 사전계약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진 기아 EV6 역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현대차·기아의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다음달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도 공급망을 점검하고, 반도체 부족을 조기에 인지해 집중관리해 왔다. 그 결과 경쟁사들이 공장 가동 중단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기아는 공장 가동을 이어올 수 있었다. 실제로 현대차·기아는 올초 단기적으로는 차질이 없도록 준비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문제는 반도체 업계에 악재가 겹치면서 사태 장기화로 상황이 달라졌다. 현대차는 세계 차량용 반도체 1~3위인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온, 일본 르네사스 등을 비롯해 다양한 공급 업체로부터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받고 있지만, 지난달 텍사스에 불어닥친 한파로 인한 정전으로 NXP, 인피니온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데 이어, 지난 19일에는 르네사스 일본 공장에 화재가 발생하며 가동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제네럴모터스(GM) 미국 공장의 가동 일부 중단은 다음달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폭스바겐과 스텔란티스, 포드, 토요타, 혼다 등 완성차 브랜드도 감산을 비롯해, 공장 가동 일부 중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최근 정부가 직접 나서서 대만정부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대만의 심각한 가뭄으로 TSMC 등 반도체 기업들이 입주해있는 타이중 산업단지에 공업용수 공급을 약 15% 줄일 예정인 만큼, TSMC를 통한 수급도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생산라인이 오는 6월 이후에나 완전 정상화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컨설팅회사인 알릭스파트너스는 올해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의 매출 손실이 610억 달러(약 69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아직까지 당장 직접적인 타격은 없다면서도, 글로벌 반도체 업체의 생산 차질이 연이어 발생하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재고가 빠르게 소진됨에 따라 특근을 줄이고, 비인기 차종 감산을 통해 반도체를 최대한 인기 차종으로 전환시켜 생산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모든 차종을 정상적으로는 만들 수 없지만 생산계획을 급한 차종부터 짜며 차량 재고가 쌓이지 않도록 하고 있다”면서 “매주 반도체 재고 현황을 확인하며 기민하게 생산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가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차량용 반도체 수급을 위해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현대차·기아가 반도체를 미리 준비해 놨지만, 다음달 중후반부터는 피해가 현실화될 것으로 본다”면서 “특히 기존 내연기관 차량들보다 전기차인 아이오닉 5와 EV6에 반도체가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면 피해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힘든 상황에서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