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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이라와디·미얀마 나우 등 현지매체와 AFP·로이터 통신 등 외신의 보도를 종합하면 전날 오후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 군인들이 지난 3일 반(反)쿠데타 시위에서 경찰의 실탄에 머리를 맞아 사망한 치알 신의 시신을 도굴했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치알 신의 장례식이 대규모로 거행된 다음 날인 5일, 트럭을 탄 군인들이 공동묘지 입구를 봉쇄한 뒤 이 같은 행각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 역시 목격자와 현지 독립 매체인 미지마 뉴스를 인용해 군경이 치알 신의 묘에서 관을 들어올린 뒤 시신을 꺼내 벤치에 놓고 검시 후 다시 매장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승용차 4대와 트럭 4대에 나눠 타고 온 군경 등 최소 30명과 전동 공구가 동원됐으며 현장에서 버려진 고무장갑과 부츠·수술 가운 등이 발견됐고, 한쪽에는 핏자국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목격자는 통신에 “치알 신의 머리를 벽돌로 받치기도 했다”면서 “의사로 보이는 이들이 치알 신의 머리를 만지는 듯한 행동을 했고, 시신에서 작은 조각을 꺼내 서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런 일이 벌어진 날 오전 군사정부가 운영하는 신문들은 “치알 신이 실탄을 맞았으면 머리가 망가졌을 것이다. 경찰의 무기에 의해 부상했을 개연성이 낮다”고 보도하며 “당국이 사망의 근본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인절’(Angel)로도 알려진 치알 신은 ‘다 잘 될 거야’(Everything will be OK)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시위에 참여했다가 변을 당해 이 문구가 쿠데타에 저항하고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상징으로 떠올랐다.
군경의 실탄 사격으로 19세 소녀가 사망한 데 분노한 미얀마 국민들은 군부의 도굴 사실에 또 다시 거세게 분노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군부가 치알 신을 또 한번 죽이고 욕 보였다”며 강경 비판했다.
6일에도 미얀마 곳곳에서는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를 규탄하는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고 군경의 강제진압이 계속됐다. 시위 현장에는 “8일부터 업무에 복귀하지 않는 공무원은 파면될 것”이란 군부의 경고에 불구하고 교사와 공무원도 가세했다.
경찰은 최루탄과 섬광 수류탄 등을 쏘며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전날 만달레이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해 구경하던 20세 남성이 목에 총을 맞고 사망했다. UN은 1일 쿠데타 이후 시위대를 향한 군경의 총격으로 사망한 시민의 수는 최소 55명인 것으로 집계했다.
전날 미얀마 주재 한국대사관은 안전 공지문을 통해 “24시간 인터넷 차단과 단전 조치를 수반한 계엄령이 조만간 선포될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급속히 유포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외교단, 유엔 사무소, 언론 매체 등에서도 관련 소문을 알고 있으나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라며 “안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