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화·창업 지원…CES 데뷔도
LG전자, LGE 어드벤처 도입
벤처독립 지원·5년내 재입사 보장
SK하이닉스, 하이개라지 3기
창업땐 2억…회사·직원 혁신 성공
8일 삼성전자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 인사이드’ 출신 최용준 룰루랩 대표는 사내벤처 제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최용준 대표는 사내벤처 소속 시절 AI 기술 기반의 맞춤형 피부관리 솔루션인 ‘루미니’를 개발해 세계 최대 IT 박람회 ‘CES 2017’에서 최초로 선보였다.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에서 투자를 받아 2017년 5월 독립 법인 룰루랩으로 창업했다. 올해 3년 연속으로 CES 혁신상을 받았고 2023년 코스닥 상장에 도전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IT 기업들이 기존에 해오지 않았던 신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사내벤처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내벤처 역사는 삼성전자가 가장 길다. 올해로 10년 차다. LG전자와 SK하이닉스가 2~3년 전 시작했다. 전국에 내로라하는 IT 인재를 끌어모은 3사가 사내 우수 인력을 십분 활용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사내벤처팀은 소위 ‘에이스’로 구성된다. 먼저 C랩 아이디어가 선정되면, 각 프로젝트에 맞는 인력들을 사내 공고를 통해 뽑는다. 크게 소프트웨어·하드웨어 등 개발 인력과 마케팅·영업 등 비개발 인력으로 나뉘는데, 각 포지션에 적합한 최우수 인력을 팀원으로 선발한다. 이들은 1년간 현업에서 벗어나 별도의 공간에서 팀원들과 자율적으로 근무한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선발된 삼성전자 임직원 가운데 171명이 2012년 C랩 도입 이래 지난해 말까지 총 48개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2015년엔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초기 사업자금과 창업지원금을 지원하는 ‘C랩 스핀오프’ 제도가 생겼다. 5년 내 재입사 기회를 부여해 창업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도록 한다. 사내벤처팀 중 21개 팀은 올해 ‘CES 2021’ 무대도 진출했다. 지난해만 10여 개의 스타트업이 탄생했다. 집에서도 탈모를 진단하고 예방하는 모발 관리 솔루션, 자동으로 소변 검사를 해주는 홈 IoT 소변검사 시스템, 저절로 오답 노트를 생성해 주는 AI 학습 노트 등이 사업화에 성공한 아이템들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라는 큰 틀에서 하기 어려운 시험적이고 도전적인 스타트업 아이템을 개발해 사업화하고 실제로 창업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삼성전자 관계자는 “창업을 해서 회사를 나가더라도 그 인원은 전체 임직원 10만명 중 소수”라며 “조직 내 창의적인 마인드와 혁신문화를 확산하는 효과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내벤처 육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챙기는 분야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7월 수원사업장에서 C랩에 참여 중인 임직원을 만나 이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도전적인 조직문화 확산을 위한 아이디어도 공유했다.
2019년 9월 ‘LGE 어드벤처’를 도입한 LG전자는 임직원들이 제안한 각종 사업 아이디어 250개 가운데 2개 팀의 아이디어를 지난해 말 선정,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참여 인원은 팀별 5명 안팎으로, 1년간 과제 개발에만 집중하면 된다. 사업성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한 팀은 회사에서 사업을 하거나 사외벤처로 독립할 수 있다. 창업하면 외부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의 자문과 일정 자금을 지원한다. 역시 5년 내 재입사를 보장한다. 도전을 장려하고, 벤처기업 운영 경험을 사내 직원들과 공유하려는 취지다. 작년 말 신사업을 육성하기 위한 전담 조직 ‘아이랩(iLab)’과 ‘비즈인큐베이션센터’도 신설했다. 아이랩은 최고기술책임자(CTO) 박일평 사장 직속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직원들의 집단지성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 가치를 모색하면 회사 성장에 좋은 양분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며 “임직원의 새로운 시도를 독려함으로써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형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하이개라지’(HiGarage) 3기 팀들의 아이디어를 심사 중이다. 하이개라지는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 등 글로벌 IT공룡을 일군 주인공 상당수가 미국 실리콘밸리의 작은 ‘차고’에서 탄생한 데서 따왔다. ‘개라지’(Garage)는 일반적으로 차고를 의미하지만, IT업계에선 요람으로 통한다. 작년 10월 말 3기 지원자 모집을 마쳤으며 선정된 구성원은 사업화 시 최대 2억원의 자금을 지원받는다. 사업에 실패하더라도 재입사를 보장해준다. 1기 아이디어 240건 중 최종 4개 팀, 2기 아이디어 74건 중 3개 팀이 창업에 성공했다. 노후 장비를 개선해 불화수소 의존도를 낮춘 설비, AI 기반 반도체 모델링 솔루션 등이 하이개라지 출신들이 사업화에 성공한 아이템이다. 하이개라지 1기 임태화 TL은 “사내벤처를 단순히 ‘회사 나가는 거야?’라고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한다”며 “회사와 직원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제도”라고 말했다.
정부도 민간 혁신역량을 활용한 산업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사내벤처 육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사내벤처팀(예비)과 분사창업기업(사내벤처 제도 통해 분사한 3년 이내 창업기업)을 육성하는 대기업·중견·중소기업에 정부가 자금을 지원한다. 사내벤처팀 사업화가 1억원, 분사기업은 2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