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는 이날 발표한 2021년 신년사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고용안정을 한국은행 법적 책무의 하나로 명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고용안정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점에서 중앙은행도 통화정책 운용 시 고용상황을 중요한 판단 요인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그러나 상충 가능성이 있는 여러 목표를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경우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는 만큼, 국내외 연구결과 및 사례를 참고하는 한편 전문가의 의견을 적극 경청해 우리 여건에 맞는 최적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내년에는 세계경제와 국제교역이 점차 개선되고 국내경제도 완만히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대내외 여건을 살펴볼 때 우리경제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들어서기까지는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재확산세가 억제되지 않는 가운데 변이도 발생하고 있어 팬데믹의 종식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고, 자국우선주의가 다시 대두되면서 무역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또 그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며 “저출산·고령화가 경제의 활력을 제약하는 가운데 코로나19의 차별적인 영향이 부문·계층 간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 경제회복이 ‘케이(K)자’ 형태로 전개될 경우 전통적 대면산업을 중심으로 한 영세 소상공인이나 저소득계층은 회복에서 계속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며 “한계기업 증가와 가계·기업의 레버리지 확대는 외부충격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대응력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국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이처럼 높은 상황에서는 가계와 기업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하겠다”면서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을 통해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게 된 취약부문에 대해선 이들의 회복을 조금이라도 앞당길 수 있도록 선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금융위원회와 갈등을 보인 금융거래 지급결제 관리·감독 권한에 대해선 “한은의 역할과 책임을 더 명확히 정립하는 방향으로 제도적 기반을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는 가상환경에서의 파일럿 시스템 구축과 시험을 계획대로 시행하고, 실시간 총액결제(RTGS)를 기반으로 하는 신속 자금 이체 시스템의 구축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