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개발부터 언택트 고려
렌털 시장에 언택트 바람이 불고있다. 방문판매에서 언택트 판매 채널을 넓히고 온라인 전용 제품을 선보인다. 언택트 채널은 홈쇼핑,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직영몰, 온라인 쇼핑몰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로 폭발적으로 성장한 언택트 소비 문화가 렌털 비즈니스 모델에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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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업계에 따르면 코웨이, SK매직, 쿠쿠홈시스 등 주요 렌털 기업은 언택트 채널 발굴과 서비스 개발에 나서고 있다.
SK매직은 이달 8일과 16일 라이브 커머스로 전기레인지와 식기세척기를 판매했다. 지난 16일 공식 애플리케이션(앱) ‘SK매직몰’과 페이스북,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한 ‘매직 라이브 쇼’는 평균 동시 접속자 수 3500명을 기록했다. 1시간 동안 판매된 ‘트리플케어’ 식기세척기는 300대를 훌쩍 넘겼다. SK매직의 이날 방송은 지난 8일 롯데하이마트에서 운영하는 라이브 커머스 방송 ‘하트라이브’에서 전기레인지를 판매한 후 8일만에 진행됐다. 하트라이브 방송을 통해 라이브 커머스의 가능성을 엿봤기 때문으로 보인다.
SK매직은 라이브 커머스를 새로운 유통채널로 육성할 계획이다. 매직 라이브쇼는 매월 2~3회 편성한다. 방송 일정은 SK매직몰과 SNS 채널에 알릴 예정이다. SK매직 관계자는 “ 첫 방송이지만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다”며 “매직 라이브쇼가 고객에게 혜택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소통 채널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코웨이는 이날 셀프 관리형 ‘나노 직수 정수기 모노’를 출시했다. 나노 직수 정수기 모노는 고객이 셀프관리와 전문관리(1년 2회) 중에 선택할 수 있는 렌털 상품이다. 셀프관리형 정수기는 택배로 필터를 배송받아 고객이 직접 갈아 끼우면 된다. 코웨이의 셀프관리형 제품 출시는 ‘공기청정기 카트리지’에 이어 올해 두 번째다. 코웨이가 지난달 발표한 ‘보이는 상담 서비스’도 언택트 소비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소프트웨어상 간단한 고장 등을 콜센터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쿠쿠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언택트 가전을 선보였다.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등을 구매할 때 언택트 모델과 관리형 모델 중에서 고를 수 있도록 했다. 정수기를 언택트 모델로 구매하면 택배로 필터를 배송해준다. 쿠쿠는 “인앤아웃 직수정수기는 누구나 건전지를 교체하듯이 도어를 열고 필터를 교체할 수 있다”며 “필터 도어를 열면 자동으로 원수를 차단하도록 정수기를 설계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내추럴 매니저의 방문이 없거나 최소화되는 대신 렌털 비용을 할인해주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쿠쿠는 올해 1분기 전체 렌털 판매에서 셀프 관리형 비중이 약 60%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14%나 증가한 수치다. 쿠쿠는 판매 채널 다양화를 위해 라이브 커머스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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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털 비즈니스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기 태동했다. 코웨이가 외환위기로 정수기가 팔리지 않자 제품을 빌려주기 시작한 것이다. 코웨이는 정수기를 빌려주는데 그치지 않고 정기적인 관리 서비스를 제공했다. 방문판매업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만큼 기존 방판조직에 관리 업무를 더했다.
이후 청호나이스, 웰스, SK매직, LG전자, 현대렌탈케어 등이 비슷한 형태로 렌털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국식 렌털(방문판매+관리)이 탄생한 배경이다. 1세대 렌털 기업이 코웨이, 청호나이스, 웰스라면 LG전자와 SK매직은 2세대다. 2010년대 이후 시장에 진입한 쿠쿠홈시스와 현대렌탈케어는 3세대 렌털 기업에 해당한다. 1세대 기업일수록 전통적인 방문판매 조직의 규모가 크고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절대적이다.
2~3세대 렌털기업들은 1세대와 달리 방문판매 조직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코웨이와 청호나이스의 전체 렌털 판매에서 방문판매 비중은 80~90%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수기, 공기청정기, 매트리스 등 대부분 제품을 방문판매로 팔고 있는 셈이다. 코웨이는 코디, 코닥, 블루버드 등 판매 조직을 뒀고 청호나이스는 나이스플래너 조직을 운영 중이다.
반면 SK매직은 지난해 기준 방문판매원 ‘매직케어’(MC) 판매 비중이 52%다. 방문판매 의존도가 코웨이, 청호나이스의 절반 수준이다. 쿠쿠홈시스 역시 방문판매 보다 온라인, 홈쇼핑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방문판매 조직 규모가 작은 만큼 언택트 채널을 확장에 부담이 적다.
방문판매 조직의 노동조합 결성도 렌털 기업들이 언택트 채널을 키우는 이유로 분석된다.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코웨이 코디·코닥지부는 지난해 11월 2일 출범한지 5개월여 만에 3500여 명의 조합원이 가입했다. 전국에서 활동하는 2만7000여 명의 코디·코닥 인원의 약 10분의 1이 가입한 셈이다. LG전자의 케어솔루션 매니저 3500여명도 민주노총 금속노조 LG케어솔루션지회를 결성했다. 이들은 판매 실적 강요, 자차 이용 불구 유류비 미지급, 낮은 수수료율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렌털업계 한 관계자는 “방문판매의 장점은 경기를 타지 않는 안정적인 성장이지만 최근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언택트 채널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기존 방판 조직이 큰 회사들은 언택트 채널 대응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회사 매출의 대부분을 방판 조직이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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